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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박은영 2002-06-19

평론가 여러분∼, 제발 싫어해줘요!

티파니와 데비 깁슨이 세상의 십대들을 사로잡은 시절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음악 신동이라 불렀지만, 팬들은 자신들의 충실한 대변자로 믿고 사랑했다. 그들의 춤과 노래와 패션이 ‘바이블’로 통한 것은 물론이다. 불행히도 그 인기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고, 팬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도 자연스레 잊혀져 갔다. 그뒤로도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스타덤에 오르내렸지만, 눈에 띄는 ‘수확’은 없었다. 3년 전,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1집 과 2집 의 판매고만 4천만장을 넘긴 히트 메이커이자, 흥미로운 팝 아이콘이다. <롤링스톤>의 표현을 빌리자면,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바비 인형을 갖고 노는 꼬마부터 트렌치 코트를 입은 아저씨까지 사로잡은 소녀”다. 부드럽고 달콤하게 속살거리는 목소리로 십대들의 애환을 노래할 때는 이웃집 소녀처럼 친근하고 사랑스럽지만, 탱크톱과 미니스커트 사이로 피어싱한 배꼽을 드러낸 채 춤을 출 때는 더없이 섹시하고 파워풀하다. 그러나 그 섹시함은 마돈나의 그것처럼 위압적이지 않다. 아직 어린애 티가 가시지 않았고, 남부소녀의 수수함도 엿보이는 탓이다. 그래서 모두 브리트니를 ‘부담없이’ 사랑한다. 결혼하기 전까지 순결을 지키겠다는 공언이, 섹스 어필한 패션이나 안무와 어울리지 않지만, 그런 ‘부조화’마저 매력으로 느껴진다. 신기한 일이다.

그러니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위한 영화가 기획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첫 영화 <크로스로드>는 그녀의 소속 음반사에서 기획 제작했고, 세 번째 앨범 의 발매와 발맞춰 개봉했다. 단짝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사랑과 배신, 부모와의 갈등,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자아를 발견하는 한 소녀의 성장영화. 보수적이고 정숙하면서,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이미지를 활용한 역할이고 영화다. 작가는 스피어스의 공연에서 만난, 숭배심에 달뜬 어린 팬들을 위해 대본을 썼고, 제작자는 “보통 여자들의 고민이 담긴 성장영화를 통해 그녀와 관객이 함께 성장할 계기를 마련해 주려” 고심했다고 한다. 이 영화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의 노래 제목처럼 “소녀도 여인도 아닌” 지금,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이미지

내 이미지가 어떤지 모르겠어요. 그저 내가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죠. 부모들은 내게 어떤 역할 모델로서의 책임을 강요하려 해요. 나도 어렸을 때 우상이 있었지만, 그들처럼 되고 싶진 않았어요. 나는 나니까. 어린 친구들에게 내가 무대 위의 엔터테이너임을 일깨워주는 건 부모들의 몫이지,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패션

날 방탕한 아이로 몰아세우는 건 곤란해요. 섹시해 보이는 거, 좋잖아요. 여자는 자기 몸을 자랑스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꼽을 드러내고 가슴을 노출하고 싶어하는 건 잘못된 게 아녜요. 난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하는 건 싫거든요.

영화

연기가 재밌어요. 나는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고, 내가 거기 기여한다는 것이 기뻐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은 행운이죠. 그런데 솔직히, 평론가들이 내 영화를 좋아할까봐 겁나요. 난 평론가들이 좋다고 치켜세우는 건 뭐든 맘에 안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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