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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임재철,일본영화 전문가 도널드 리치를 만나다(2)
2002-11-29

˝어느 사회에나 `외부의 눈`이 필요하다˝

50년대는 일본의 ‘촬영소 시스템’이 잘 작동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많은 우수한 감독들이 별다른 제약없이 자신들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60년대 들어 조락의 기미를 보이던 촬영소들은 70년대 들어 결정적으로 붕괴해버리고 만다. 그러한 붕괴의 과정을 설명한다면.

무엇보다 감독과 제작자 사이에서 권력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즈나 구로사와 같은 감독들은 제작자들이 함부로 뭐라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이들의 작품은 흥행도 어느 정도 보장됐을 뿐 아니라 작품성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케이션 촬영을 싫어했던 오즈는 촬영소 내에 비싼 세트를 지어서 영화를 찍었지만, 쇼치쿠는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0년대 컬러텔레비전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관객은 놀라울 정도로 격감했다. 그렇게 되자 영화사는 촬영소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비싼 영화’와 예전 방식을 고집하는 감독들을 피하게 되었다. 60년대 이후 구로사와가 제작비를 조달하는 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는 아마 당신도 잘 알 것이다. 오즈 역시 더 오래 살았더라도 더이상 원하는 영화를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쇼치쿠는 오시마 나기사와 요시다 유시시케 등의 젊은 감독을 기용해 ‘쇼치쿠 누벨바그’를 기치로 내세우면서 젊은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한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미 상황은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은 일본 인디펜던트영화의 제작을 활성화하기도 했다. 이치가와 곤 같은 베테랑 감독이 독립영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영화업계 밖에서 하니 스스무 같은 감독은 완전히 혼자 힘으로 <불량소년>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이 영화는 트뤼포의 에 비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60년대 초부터 시작된 영화산업의 침체는 90년대 들어서는 좀 심하다 할 정도다. 지금의 일본에서 일본영화를 보는 사람은 100명에 1명 정도가 아닌가 싶다. 일본인들이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대부분 할리우드영화나 애니메이션이다.

50년대와 비교한다면 지금 일본영화가 거의 절망적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것은 나도 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일본영화에도 유망한 감독들이 존재하다고 생각하는데.

젊은 감독 중 그래도 내가 주목하는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그는 젊은 감독들 중 가장 재능이 있을 뿐 아니라 가장 대담한 감독이기도 하다. 고레에다는 오랫동안 다큐멘터리영화를 찍은 탓인지 이미지에 대한 신뢰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신작 <디스턴스>가 실망스럽다고 했지만, 나는 이 영화가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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