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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슬로 감독 인터뷰
2001-05-02

프린스 박스

"그림자 애니메이션은 큰 돈 안들거든"

<프린스 앤 프린세스> 등 작품 다수에서 실루엣 애니메이션을 택했다. 1930년대 로테 라이니거의 작품 이후 희귀해진 이 장르를 고른 이유는?

의 영감은 케이크박스 바닥에 까는 레이스 종이에서 얻었다. 어렸을 때 장식물로 쓰곤 하던 그 종이의 매력을 이용하고 싶었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완전히 다른 이유였다.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던 나는 비용이 적게 드는 그림자 애니메이션을 골랐다. 아이디어는 로테 라이니거로부터 얻었지만 개인적으로 고답적인 그녀의 영화에는 끌리지 않았다. 전환점은 워크숍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던 어린 학생들에게서 왔다. 아이들에게 뭘 시킬까 궁리하다 실루엣 애니메이션을 생각했고 일주일 동안 아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프로페셔널하고, 강하고 시적이었다. 그걸 보고 나도 한번 도전해서 아이들만큼 훌륭한 걸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의 첫 에피소드를 거의 혼자 만든 것으로 안다. 어떻게 얼마나 오래 걸려 만들었나?

내 모든 단편은 1인 작업이다. 도구는 간단했다. 줌 기능이 있는 고정된 16mm 카메라, 백열전구가 설치된 테이블, 검정 도화지와 가위가 전부였다. 시간이 얼마 걸렸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습득하면서 만들었으니 아마 상당히 오래 걸렸을 것이다.

수많은 동화 중 이 여섯개의 이야기를 고른 이유를 설명해달라.

‘다이아몬드와 공주’의 아이디어는, 검은 도화지에 바늘구멍을 내서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잔인한 여왕’에서는 숨기 불가능한 장소에 숨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원작에는 없는 교만하고 외로운 여왕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노파와 가운 에피소드는 12세기 일본동화인데, 승려를 노파로 바꾸어 메시지를 강조하고 코믹효과를 더했다. ‘마녀의 성’ 이야기와 ‘왕자와 공주’는 창작이다. 후자는 불공평한 면이 있는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언급이기도 하다. ‘무화과 소년’은 내가 고대 이집트미술을 사랑해서 나온 에피소드다.

원래 TV 시리즈로 기획된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예산문제로 여섯편만 만들었나?

프로덕션과 카메라를 갖고 있는 동료 애니메이션 감독 장 프랑수아 라기오니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한 방송사가 8개 에피소드의 공동제작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극장용에는 배급업자가 적절한 길이라고 판단한 여섯편만 들어갔다.

이슬람계 프랑스 이민에 관한 신작 진행상황은?

프랑스의 이슬람계 이민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의 사적인 경험이 영감을 준 작품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내용은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소년이 북아프리카에 가는 이야기다. 또다른 중요한 요소는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개방적이고 찬란했던 시대의 이슬람문명이다. 결과물은 천일야화의 마법이야기와 페르시아의 정교한 미니어처들을 연상시킬 것이다. 섬세한 배경과 의상도 이용할 것이다.

황혜림 기자 blaue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