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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여자를 누가 마다하겠어,케이트 허드슨

한 케이블TV 프로그램에서 ‘스타 2세의 삶’을 다루는 것을 보았는데, 말 그대로 ‘부모 잘못 만나 무슨 고생’이 대부분이었다. 타고난 끼로 결국 쇼비즈니스계로 입문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평생 ‘누구누구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었고 부모의 광채가 크면 클수록 더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빛이란 결국 더 밝은 빛 앞에서 사그라드는가보다. 케이트 허드슨은 그늘 속에 숨어지내기엔 너무 반짝거리는 아가씨였다. 크고 환한 미소와 탐스런 금발머리에서 눈치챘을수도 있겠지만, 그는 ‘변하지 않는 섹스심벌’ 골디 혼의 딸이다. “비단 배우가 된 이후뿐 아니라 어릴 적부터 늘 ‘쟤는 골디 혼의 딸이야…’란 수근거림을 듣고 살았어요. 하지만 엄마와 비교하는 것은 이제 너무 익숙해졌어요.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니까요. 물론 그는 사랑스럽고 휼륭한 여자예요. 하지만 나에게는 단순히 엄마예요. 빨리 사람들이 그 사실을 인정해주길 바랄 뿐이죠.”

“고등학교나 졸업하고 일을 시작해”라는 엄마의 충고에 열아홉살이 되어 데뷔작 <데저트 블루>를 찍을 수 있었던 케이트 허드슨은 인디영화배우로 시작해 3년 만에 <베니티 페어>의 표지모델이 되었고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통해 ‘거의 유명해’졌고 를 통해 ‘완전히 유명해져’버렸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과는 ‘골디 혼’이라는 이름없이 스스로 이루어낸 것이었다. 1979년생, 귀여울 만큼 돌출된 주걱턱으로 세상을 굽어내려보는 듯한 여유로운 미소를 가진 그는 에서 “세상에, 너 같은 여자를 누가 차겠어”라는 동료의 투덜거림에 고개가 끄덕거려질 만큼 예쁜 외모의 소유자다. 그러나 그가 진정 빛나는 순간은 영화 초반 스트레이트로 곧게 편 머리보다는 후반부의 곱슬머리를 흐트리고 있을 때였고, 깔끔한 슈트 정장을 입고 또각또각 걸을 때보다는 자유분방한 옷차림으로 어느 구석엔가 구겨져 있을 때였다. 이것은 21살의 어린 그녀에게 오스카 노미네이션의 영광을 안겨주었던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잔영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카메론 크로의 자전적인 영화이자 록스타를 추종하는 그루피(groupie)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던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케이트 허드슨은 때론 어머니 같은 넓은 품으로 길 위의 유랑자들을 껴안고, 때로는 요염하고 도발적인 몸짓으로 그들을 유혹한다. 그루피의 후일담이었던 <와일드 클럽>에 출연한 엄마 골디 혼 역시 한때 그루피의 삶을 살았고, 그가 DNA를 빌려온 사람이 뮤지션 빌 허드슨이란 것을 안다면 케이트 허드슨에게 이 영화는 ‘운명지워졌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애초에 그는 주인공 윌리엄의 스튜어디스 누나로 캐스팅되었는데 어느 날 페니 레인 역에 출연하기로 했던 배우가 다른 영화에 관심을 두면서 그루피(혹은 극중 그녀의 표현대로 ‘밴드 에이드’(band aide))계의 전설 페니 레인 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그의 차지가 되었다.

매우 어릴 때 엄마에게 “나 남자와 잤어”라는 고백을 솔직히 털어놓았으며 “섹스는 생활의 일부분이고 나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식의 분명한 의사표현을 즐기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2000년 말, 12살이나 차이나는 록그룹 ‘블랙 크로즈’의 싱어 크리스 로빈슨과 결혼식을 올렸던 용감한 아가씨. 초기 인도영화를 비롯해 <엘리자베스>까지 흠모해 마지않았던 세하카푸 감독과 <포 페더스>를 찍기 위해 <스파이더 맨>의 메리 제인 역을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고 <영 프랑켄슈타인>을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 이 독특한 취향의 배우는 현재는 게리 마셜의 <레이징 헬렌>을 존 쿠색과 찍고 있다. ‘엄마의 명성’이라는 편한 길을 버리고 할리우드 대로로 직진해서 들어간 독립적이고, 솔직하고, 용감하며, 독특한 배우 케이드 허드슨. 그에게 이제 가지 못할 길이란 없어 보인다. 그는 이미 선입견으로 좁혀질 대로 좁혀진 위험천만의 ‘페니 레인’을 통과해버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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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GA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