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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의 세 배우 [2] - 전도연

계산하지 않는다. 대신 나를 던진다

전도연은 자칭 “사랑 지상주의자”다. 사랑하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에 파묻힌다니. 설사 그게 아픔이고 슬픔이어도 말이다. 이건 영화보다 남자 혹은 결혼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배우의 ‘모범답안’을 내동댕이치는 그의 이런 솔직함과 명쾌함은 웬만해선 말릴 수가 없다. 멜로연기를 가장 잘할 수 있고 좋기도 하다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다른 걸 강요하지 않는 정통 멜로”이고 “너무나 전형적인 사랑영화”다. 10년 가까이 수절하며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정절녀 ‘숙부인’ 캐릭터가 언뜻 그와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자신과 닮은 인물”이라는 것도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숙부인의 견고한 방어망 때문이 아니다. 그는 조원의 뜨거운 구애를 만나 잠시 버티기에 들어가지만 한순간 완벽히 허물어진다. 조원의 사랑이 음험한 게임에서 시작됐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실제라도 숙부인처럼 맘가는 대로 할 것 같아요. 상대방의 진심을 봤으니까. 그가 왜 접근하는지 알지라도 사람은 변하니까, 변한다는 걸 아니까.”

스크린에서 전도연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배우는 숨고 캐릭터로 자신을 드러내는 솜씨가 각별하다. 그것이 전도연의 힘이다.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계산된 연기를 하는 건 아니다. “대사든 동선이든 자로 잰 듯 계산하면 오히려 더 못해요. 그냥 감정으로 나를 내던지는 거죠.”

몹시 디테일한 이재용 감독의 스타일, 그리고 리액션이 제한된 사극이라는 특징은 정교한 계산을 요했고, 그 때문에 여느 때와 달리 애를 먹어야 했다. 정해진 연기를 거부하면서 캐릭터로 파고드는 솜씨가 탁월한 건 일종의 동물적 감각이 아닐까. 거기에 집요함까지. “일할 때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한 편이에요. 나 자신에게 아주 철저하게 굴죠. 그게 스트레스가 되면 굉장히 큰 문제가 될 텐데, 일하면서 갖게 되는 힘듦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저의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풍부한 감성이 이따금 덫이 되기도 한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현실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았을지 스스로 의문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조울증이 심하죠. 연기말고 다른 즐거움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데 번번이 잘 안 돼요. 게임도, 골프도.”

미묘한 기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그 감각이 뜻하지 않게 서글픔을 주기도 한다. “요즘 여배우들을 위한 영화가 줄어들고 있어요. 남성 중심적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관객을 끌어들이는 호소력이 남자배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가 받는 느낌은 아이러니다. 이게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타협점을 찾고 싶진 않다. 어떻게든 자기만의 고집스러움을 가지고 가겠다니 말이다. 노출문제에 민감해진 것도 이런 성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선정적인 언론이 자신을 과도하게 착취하는 거라는 걸 알고 어찌 반발심리가 생기지 않을까. “<해피엔드> 때는 뭘 잘 모르고 했다가 뒷감당이 안 됐던 거고, 지금은 이렇게 하면 언론이 어떻게 나올 거라는 걸 아니까 부담스러워요. 이미 몇몇 신문이 너무 심하게 나오고 있어요. 인간 전도연이 있는데 어찌 여자로서 상처를 안 받겠어요. <스캔들…>에서 어떤 신은, 아직 보지도 못했지만, 아예 들어내고 싶다니까요. 심지어 포스터 사진까지도.”

그래도 그는 기분이 썩 좋아 보였다. <스캔들…>에 이어 9월 중순 크랭크인하는 <인어공주>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해녀의 바닷속 유영을 대역없이 하고 싶어서 좀 심하게 훈련 중이다(아주 짧은 운동복 반바지를 입고 스튜디오로 들어서던 그녀의 몸은 건강하게 그을려 있었다). “<인어공주>에 특별히 더 욕심을 내는 건 여성 중심적 영화라서 그래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제가 좀더 잘해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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