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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영화를 만든다는 것, 나의 긍지”
김혜리 2003-12-17

부모의 이혼과 가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친구가 생길 만하면 떠도는 생활, 그리고 난독증. 톰 크루즈의 환한 미소를 두고 그런 성장기의 그늘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탑건>과 <폭풍속으로>의 80년대 젊은이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건강한 투지와 탄탄한 긴장이 장착된 육체로 현실의 장애를 넘어 스크린으로 뛰어들었고, 20년 넘는 할리우드 크루즈에서 흥행을 보장하는 대표 스타의 자리에 앉았다. 내리 5편의 영화가 북미 수입 1천만달러의 흥행을 올린 배우라면 할리우드에서도 아주, 아주 드문 존재다. 그는 또 자신의 말마따나, ‘자신의 가치를 보호할 줄’ 안다. 폴 뉴먼(<컬러 오브 머니>)이며 더스틴 호프먼(<레인 맨>)과 동행하며 연기작법을 익히던 80년대의 ‘청춘스타’는 시장가치가 상승하는 동안에도 <매그놀리아>와 <제리 맥과이어>를 통해 폭발과 이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가 하면, 스탠리 큐브릭의 난해한 프로젝트에 ‘황금의 시간’을 헌사하며 배우 인증서를 갱신하기도 했다. 그의 성공담에는 스타탄생의 우연과 연기수련이라는 필연이 그렇게 교직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의 이번 크루즈는 지극히 톰 크루즈적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라스트 사무라이>는 그의 스타성을 담보로 배우의 역량을 시험하고 있는 대작이다.

<라스트 사무라이>의 개봉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의 ‘리틀 도쿄’의 뉴오타니 호텔에서 톰 크루즈를 만났다. 일본의 이름난 정원 디자이너 센타로 이와키가 설계했다는 일본식 정원이 내다보이는 이 호텔의 일식집은 특별한 손님의 회견을 위해 이날 하루, 손님을 받지 않는다. 다다미 방의 미닫이 문을 여주인이 두손으로 공손하게 연다. 그런데, 왜 일본일까?

“나는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다. 아시아도 좋고, 멕시코나 라틴아메리카라도 좋다. 그 문화와 사람들을 알고 싶다. <미션 임파서블2>에서도 이미 아시아영화, 홍콩 스타일의 영향이 보이지 않던가?” ‘먼나라’를 향한 동경에 관해, 그는 최근 여러 차례, 여러 자리에서 이야기했다. 7살 때, 자동차 극장에서 아버지의 웨이컨 위에 앉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았노라고 그는 말한다. 그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저런 곳이 세상 어딘가에 있단 말이지, 가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통해 그 동경이 실현되고 있다고.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저편의(혹은 이편의) 사람과 역사를 만나겠다는 선의는 사무라이에 대한 매혹으로 발전했다. <라스트 사무라이>의 톰 크루즈는, 인디언 사냥에서 환멸을 느끼고 자포자기에 빠져 있던 남북전쟁의 용사 네이든 알그렌은, 일본 군대를 조련하러 흘러든 일본에서 근대화에 저항하는 사무라이 집단과의 첫 전투에서 패배하고, 그들의 포로가 된다. 겨울 한철을 보낸 사무라이들의 마을에서 그는 미국에서 잃어버린 정신을, 평화를 되찾는다. ‘사무라이’가 ‘섬긴다’는 뜻임을 알고 감동하는 알그렌과 무사도를 접한 현실의 톰 크루즈는 같은 사람이다.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행동하며,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무사도”, “인류역사상 가장 훌륭한 검”이라 할 사무라이의 칼을 벼려낸 일본의 전통, 그것이 톰 크루즈의 발견이다. “열역학이 발전되기도 전, 대장장이들은 떠오르는 태양의 온도까지 쇠를 달구고 벼르기를 되풀이해, 3200번씩 두들겨서 사무라이의 칼을 만들었다. 그 기술이 1200년을 전해내려온 것이다.”

“무사도는 정말 매력적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유럽의 기사도 그 이상이다. 그들은 기꺼이 책임감을 받아들였고, 적에게조차 연민을 베풀 줄 알았다. 나는 책임감의 힘을 안다. 영화를 만들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를 볼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헤어진 아내, 닉(니콜 키드먼)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알그렌은 어떻게 검술을 습득했는가. “검은 강하지만 가볍다. 그렇지만 14시간씩 그걸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깨와 팔뚝에 무리가 오는데, 게다가 정확하게 우아하게 검을 휘둘러야만 했다. 9달 동안 훈련을 받고 영화를 시작했지만 촬영기간 내내 훈련이 계속됐다고 봐야 옳다.” “네이든 알그렌이란 인물의 여러 층위를 정말 열심히 파고들었다. 육체적 훈련과 정서적 훈련을 병행했는데, 거기서 어떤 전환이 이루어졌다. 나는 내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근육이 풀어지고,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는 느낌 말이다. 마음을 이용하여 육체를 통제했다고 할까.”

마음, 육체, 영혼…, 예기치 않은 단어들이다.

“나는, 알다시피, 20년 가까이 사이언톨로지를 믿고 있다. 종교를 말하자면, 알다시피, 우리는 3000년전에 이미 인간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적 존재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 기독교 역시 오래전부터 영혼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나 자신의 경우에도, 인생에서 추구하는 것은 정신적인 평화다. 나는 사이언톨로지의 방법론의 통해 실제적 도움을 받았고, 그런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실제적 도움이란 크루즈가 사이언톨로지의 도움으로 난독증에서 벗어난 경험을 말한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알려져 있다시피, 감독 에드워드 즈윅이 시작한 영화다. 그러나 19세기 일본을 향한 시간여행은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제작자로 선단의 선두에 섰기에 순조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성공한 제작자 톰 크루즈의 작품 선택 기준. “나는 감독을, 나 자신을, 내 인생의 가치를 보호하는 법을 안다. 또 배우건, 감독이건, 작가건 누군가에게서 재능을 발견하면 자못 흥분하는 편이다. 간혹 그들이 자아통제에 실패해 길을 잘못 들어 실망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이 잘못될 경우 결국 그건 스토리의 문제로 되돌아간다. 스토리, 스토리, 스토리, 내러티브, 내러티브, 내러티브, 내러티브…(그는 ‘내러티브’란 단어를 7번이나 되풀이한다). 즈윅은 스토리를 구축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전체적 접근법에도 뛰어났다.”

톰 크루즈는 이번 영화로 오스카를 쥘 수 있을까. 영화가 개봉된 뒤, 미국 평단은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이데올로기가 배제된, 진부한 스펙터클이라는 맞은편에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비견할 만한 대서사극이라는 찬사가 자리잡고 있다. 평단 바깥에서긴 하지만, 의 래리 킹은 이번에야말로 톰 크루즈가 오스카를 받아야 한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 이같은 ‘미래의 논쟁’은 인터뷰 자리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상을 받고, 수상후보가 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그러나 나를 위한 진짜 상은, 내가 그런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 자체다. 나는 어떤 영화가 상을 받고, 어떤 영화가 상을 받지 못하는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어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지도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건, 내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나의 긍지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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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워너 브라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