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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세배우 - 성현아

솔직함은 그녀의 미래다 - 성현아 as 선화

성현아가 말하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온다. 홍상수 영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찍었냐, 메시지가 뭐냐. 그럼 이렇게 대답한다. 모든 일상이 다 이해되는 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일상을 다 이해하면서 행동하는 거 아니고, 다 이해하면서 말하는 거 아니지 않으냐고. 이 영화를 보면 ‘맞아, 딱 저런 게 있어’ 하는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쓴웃음이든 밝은 웃음이든. 전작보다 밝아진 느낌이다. 물론 이 영화의 일상이 모두 와닿는 건 아니다. 전체적으로 모아놓다보면 하나의 연결고리가 될 뿐이다. 제목은 영화와 결부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번에 깨달은 게 뭐냐면, 여자는 남자의 미래라고 했을 때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생각한 거다. 그래서 영화와 제목은 동떨어져 가는 거다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그런데 미래라는 게 행복과 불행을 다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포괄적인 의미에선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영화와 결부가 안 된다면 제목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김태우가 보는 성현아

가장 큰 장점이 솔직하다는 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솔직한 연기자는 별로 없다. 사실 배우들이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그러다가 제대로 알지도 못해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런 적이 있고. 그런데 성현아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 감독님께 솔직히 얘기하고, 설명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결국은 되게 만든다. 사실 모르는 것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모른다고 인정하고 노력해서 알게 되면 되니까. 오히려 모른다고 말하는 순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 드라마에서 잠깐 본 사이이기도 하지만, 성현아씨 스스로 대외적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해서 그런지 더욱 밝고 성숙해진 것 같다.

유지태가 보는 성현아

감독이 말했듯이 성현아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빛’이다. 감독 말에 동의한 적이 별로 없는데 이 말만큼은 동의했었다. (웃음) 성현아는 이 영화에서 남자에게는 여자이고 선배에게는 훌륭한 배우였다. 이 영화에서 현아씨가 해냈던 그 대단한 몫이 영화를 잘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김태우가 이해하는 선화

알 수 없는 여자다. 영화 속에서는 이 여자가 왜 부천의 술집에서 일하게 됐는지 상황들이 너무 모호해서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건 관객뿐 아니라 영화 속 인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선화는 스스로에 대해서 설명을 안 하니까. 하지만 헌준이 선화를 7년 내내 계속해서 그리워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선화가 왜 그렇게 됐는지는 헌준에게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반면 옛날의 선화는 굉장히 순진하고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헌준이 선화에게 질렸기 때문에 그렇게 떠나버렸던 건 아니다. 그저 자신의 갈 길과 상관이 없었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헌준이 선화에게 술마시고 했던 “미안해”라는 말은, 그 순간에는 진짜였다.

유지태가 이해하는 선화

남자들의 막연한 짝사랑이다. 선화는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대상이다. 사실 짝사랑은 같이 하는 게 아니라 혼자 상상하고 즐거워하고 아파하고 그러는 것이니까. 내가 보기에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가 없이는 사랑이 아니니까. 섹슈얼한 욕망의 대상으로서 선화? 선화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느낌을 가진 여자에게는 어떤 남자라도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사정을 하고 난 뒤 그 판타지가 깨어날 때, 다리털도 보이기 시작하고. 그런 순간. 성적 오르가슴이 끝나면 모든 것이 냉정해지지 않나. 그러니까 선화는 섹슈얼한 욕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지 않은 짝사랑의 상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