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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고!고! <고>의 케이트 홈스
김현정 2000-03-14

세개의 코미디가 얽히면서 진행되는 <>는 제목 그대로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영화다. 어른들은 지켜 보기에도 숨이 가쁠 정도지만, <>의 아이들은 세상을 무시한채 가볍게 그 속도를 타고 넘는다. 젊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삶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도 좋으며, 지난 일을 아쉬워하는 청승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시간을 뚫고 뻗쳐나가는 에너지가 있을 뿐이다. 이 혈기 왕성한 아이들, <>의 감독 덕 라이먼의 말대로 “세트장을 젊음의 열기로 채운” 그 아이들 중에서도 케이티 홈스(21)는 유독 두드러진다. 천성처럼 품고 있는 편안함 탓이다. 가는 곳마다 사고에 부딪히는 사이먼(데스먼드 애스큐)이나 밀린 방세를 내지 않으면 내일 당장 거리에 나앉을 판인 친구 로나(사라 폴리)와 달리, 홈스가 연기하는 클레어에게는 어떤 절박한 문제도 없다. 로나가 단돈 몇십달러를 위해 연장근무까지 하는 슈퍼마켓 계산대. 그 앞에서 클레어는 나른한 눈길로 게이 커플을 쫓으며 중얼거린다. “게이들은 정말 섹시해. 비극이지.” 친구들이 무사히 새벽을 맞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서도 클레어는 전투의 가장자리에서 방관하는 것처럼 한가롭다. 이처럼 아무 근심걱정 없는 소녀, 담배도 피울 줄 모르지만 그 천진한 얼굴로 마약 딜러와 섹스할 수도 있는 소녀가 케이티 홈스다.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도 “내 방에는 인형이 스무개나 있다”고 자랑하는 홈스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

우리에겐 아직 낯선 얼굴이지만, 많은 미국의 10대 소녀들이 홈스와 같은 인생을 꿈꾼다. 인기 TV시리즈 <도슨의 청춘일기>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는 신데렐라 스토리 때문만은 아니다. 스스로 <도슨의 청춘일기>의 톰보이 조이와 비슷하다고 고백하는 홈스는 고아나 다름없는 조이와 달리 삶의 그늘을 겪어본 적이 없다. 무슨 일에나 쉽게 잘 웃는 홈스의 태평한 성격은 밝은 곳에만 머물러 온 그녀의 삶 자체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법률가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4명의 언니 오빠들에게서 사랑만을 받고 자란 홈스는 배우로서도 놀랄 만큼 순탄한 경로를 걸었다. 생전 처음 응모한 <아이스 스톰>의 오디션에서 조연을 따낸 것이 행운의 시작이었다. 리안과의 만남이 배우로서 행운이었다면, <도슨의 청춘일기>에서 케빈 윌리엄슨과의 만남은 좀더 대중적인 스타가 되는 기회였다. “홈스가 보내온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그녀를 캐스팅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녀는 학교 연극에 출연해야 하기 때문에 LA에 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결국 기다려야만 했다. 홈스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케빈 윌리엄슨과의 에피소드처럼 홈스에겐 자신이 가치있다고 느끼는 일만이 중요하다. “특별한 영화, 특별한 역이라면 누드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홈스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주저하지 않는다. <팅글부인 가르치기>에서 다시 한번 케빈 윌리엄슨과 작업한 홈스는 최근 <LA 컨피덴셜>의 커티스 핸슨이 감독한 <원더보이>에 출연했다. 마이클 더글러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헬렌 미렌과 같은 원숙한 배우들 틈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명랑하다. “그처럼 훌륭한 배우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정말 행운이었다”는 홈스의 차기작은 샘 레이미의 <선물>(The Gift). 포동하고 귀여운 엉덩이로 10대를 사로잡은 스타 케이티 홈스는 이제 정말 배우가 되려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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