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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두나! <플란다스의 개>의 배두나
사진 이혜정이영진 2000-02-29

“안녕하세요.” 겅중거리는 다리와 샛노란 머리가 스튜디오 문을 씩씩하게 열어젖힌다. 껌을 씹으면서 쉴새없이 말을 건네고, 중간중간 섞어대는 “우헤헤헤”하는 웃음이 여간 상쾌하지 않다. 간이세트 위에 털썩 앉자마자 시작한 촬영 내내 배두나는 그냥 그대로 껍죽대지만 돌돌한 명랑만화 주인공이다. 그러다가 연두색 원피스로 갈아입고선 입을 조금씩 우물거리며 물끄러미 카메라를 응시하기도 하고 금세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을 만들어선 타고 오르기도 한다. 이번에는 빈 연습실에서 혼자 남아 연습하는 팬터마임 배우가 된다. 모델로 시작한 배두나는 카메라가 무섭지 않다. 오히려 그 앞에서 자유롭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씩씩하게 꽁지머리를 묶고 실종된 개를 찾아다니는 관리사무소 직원 현남. 평상시엔 축 늘어져 있다가도 한 군데 빠져들면 누가 끌어내도 뿌리치고서 몰두하는 점이 자신과 똑같다. “언젠가 저 아니면 못해낼 것 같은 역을 꼭 하고 싶다 말한 적 있죠. 그런데 현남이 너무 빨리 찾아왔어요.” 소원을 이뤄서 좋겠다 했더니 촬영 끝내고 난 뒤 ‘아쉬움’에다, 극장 가서 영화 볼 때 느꼈던 ‘짜릿함’이 뭉쳐 이제는 좀더 ‘치열하게’ 카메라 앞에 서야겠다는 뜻밖의 각오가 되었다며 되챈다. “화장기 없는 꼬질한 맨얼굴을 대하고 나니 오히려 연기하는 데 자신감이 부쩍 늘던데요. 전엔 좀더 예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대신 일 욕심이 그만큼 많아졌어요.” 이번 작품에서 딱히 힘든 부분은 없었지만 늘어지게 하품하는 장면에선 NG가 10번씩이나 계속됐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지만 감독 입장에선 할수록 나아지니 카메라를 세워두고 기다릴 수밖에.

“저요? 둔해요. 순발력도 없고. 주문한다고 해서 곧바로 내놓진 못해요. 흐르는 대로, 거스르지 않고 가는 편이죠. 급하다고 들이부을 순 없잖아요.” 연극배우였던 어머니는 배두나가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에 대한 세세한 코멘트 대신 “테크닉 전에 본능을 일깨우라”는 주문만 되풀이했다. “제가 조그마한 일에도 상처받는다는 걸 아시고 오히려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써주시죠. 배우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개봉 전날 무척 불안했거든요.” 흡인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배두나는 드라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미나 역을 준비하고 있다.

카메라 지난 달엔 여러 군데 잡지 모델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플래시 터지면 일단 신나거든요.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드라마는 기술적인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소모된다는 느낌도 있고구요. 채워넣을 시간 없이 자꾸만 비워내야 하는 고통은 싫거든요. 영화는 직접 만들어간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하면서 영화는 앞으로 놓치지 않고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외로움 하고 싶어하는 일이지만 곧잘 외로움이 끼어들죠. 잘될 때만 사람들이 잘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심하게 말하면 모든 사람이 적으로 보일 때도 있어요. 그렇게 힘들 땐 주로 울어요. 슬픈 영화 보고 말이죠. 얼마 전엔 <러브레터> 보고 맘껏 울었어요.

2000년대 배우 부담은 안 가지려고 해요. 사람들의 시선이란 게 일종의 의미부여쟎아요. 거기에 매달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죠.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고. 물론 일에 대한 책임감은 있어야죠. 그래서 자신하고의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해요.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바로 지금에 충실하자고 항상 다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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