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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는 우리가 늙어서 고맙대”
2001-09-05

<취화선> 제작하는 태흥영화사 대표 이태원 (2)

<취화선> 이후의 제작 계획은.

임상수 영화 곧 들어가. 부인이 캐나다에 있어서 거기서 시나리오 작업했는데, 초고 나왔대. 토론토 이민간 송능한은 좀 오래 걸리긴 하지만, 걔가 영화 안 하고 뭐하겠어. 구상은 끝났다고 하고. 김성수도 <무사> 끝났으니까, 조만간에 할 테고.

임상수 감독의 신작은 어떤 영화인가요.

또, 섹스하는 거래. (웃음) 내가 그랬지. 야, 너는 배울 만큼 배우고 의식있다는 놈이 만날 섹스하는 영화만 하냐. 그랬더니 어, 아직 네편 더 해야 하는데요, 그러더라고. 걸물이야, 걸물. 데뷔하기 전부터 그랬어. 임상수 부친이 영화평론하던 임영씨인데, 나하고도 잘 알지. 그 사람이 나한테 우리 상수 책(시나리오) 썼다, 당신이 제작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더라고. 임상수는 <장군의 아들> 조감독도 해서 나도 알지. 그래서 책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데서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만들었더라고. 내가 전화해서, 야, 너 왜 나한테 안 오고 딴 데서 만들었냐고 뭐라고 그랬는데, 알고보니까, 아버지가 자기 이야기 하고 다닌 게 자존심이 상한 거야. 이 친구 술 취해서 하는 소리가 임영이, 임권택이, 이태원이 때문에 못살겠대. 뭘 써도 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가 제일 먼저 걸린다는 거지. 어쨌든 재미있는 친구야. 내가 참 좋아하지. 재능도 뛰어나고.

<서편제>가 한국영화 최고흥행기록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엔 잇따라 기록이 깨졌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서편제> 때는 이게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요즘엔 500만, 800만이 막 나오니까 이게 뭐야 싶은 거야. 배급의 힘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외화는 왜 요즘 안 되는 거야? 고민하고 취재도 해봤는데, 답은 안 나와. <친구>가 재미있는 영화지만, 그렇게까지 될 줄은 나도 몰랐거든. 지금은 그저 관객이 우리 걸 더 많이 좋아하게 된 거고, 만드는 사람들이 옛날보다 잘 만든다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사람들이 많이 보는 건 무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도대체 무언가, 참 어려운 문제지.

<친구>를 둘러싸고는 대종상 때부터 논란이 많았고, 나중에 사장님 세대의 노장 영화인들이 <친구>의 폭력성을 비난하고 소장 영화인들이 반박하는 논쟁까지 벌어졌습니다.

나도 구닥다리 세대야. 일단 <친구> 얘기해보자. 나는 입이 벌어졌어. 유오성이 연기를 너무 잘하는 거야. “쪽 팔리서” 하는데, 와, 나는 그런 연기 본 적이 없어. 너무 감동해서, 유오성한테 바로 연락을 했어. 술 한잔 사주고 싶다고 불러내서 한턱 냈지. 그리고 흥행 잘된 거, 나 그거 샘나. 그거 욕하는 건 샘나서 그래. 나도 샘나지만, 그거 잘되면 내 영화도 잘될 수 있는 길 넓어지는 거야. 그래서 좋은 거야. 다만 나는 그게 대종상 작품상 감은 못 된다고 생각해. 싫건 좋건 대종상은 대종상대로 기준이 있어왔어. 거기에 비춰보면 아닌 거지. 다만 관객이 그렇게 좋아했다면 적어도 남우주연상이든 관객상이든 하나는 줄 만하지.

같은 연배의 다른 분들보다 훨씬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습니까.

뭐 그런 게 특별히 있겠어. 일단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재미라는 게 아주 종잡기 힘든 놈이야. 폭력과 섹스 이게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건데, 이게 또 다가 아닌 거야. 나도 이장호 데리고 <무릎과 무릎 사이>나 <어우동> 했잖아. 그거 하면서 섹스영화에 눈떴어요. 그런데 그뒤에 배창호하고 <기쁜 우리 젊은 날> 찍는데, 감독이 섹스는커녕 키스도 안 시키는 거야. 내가 야, 제발 포옹이라도 한번 넣자고 그랬는데, 절대 말을 안 듣는 거야. 그래서 “이래가지고 손님 절대 안 든다”고 소리지르고 나왔버렸어. 결국 그대로 개봉했는데, 아, 그런데 이게 되네. 밖에선 최루탄 터지고 난린데, 사람들이 이거 보러 몰려드는 거야. 개봉하고 사흘 뒤에 배창호하고 조감독 하던 이명세 불렀어. “야, 내가 졌다. 그래도 기분 좋다”고 그랬지. 내 생각엔 그래요. 어떤 장르든 되고, 어떤 소재든 된다. <서편제>가 될 줄 누가 알았어. 그저 잘 만들면 된다. 성심성의껏 만들면 된다. 그래도 장사 안 되면, 그걸 누구 탓도 하지 말자. 다 될 수도 있고 다 안 될 수도 있는 거야. 그렇게 마음을 열어두고 있는 거야.

글 허문영 기자·사진 정진환 기자

▶<취화선> 제작하는 태흥영화사 대표 이태원 (1)

▶<취화선> 제작하는 태흥영화사 대표 이태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