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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소녀가 속한 공간의 느낌을 살렸다”
2001-10-09

최영환 촬영감독 일문일답

스무살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예쁘게만 찍는 영화인 줄 알고 못하겠다고 사양했다가, 시나리오를 읽고 단박에 마음을 바꿨다는 최영환(31) 촬영감독. 그에게도 <고양이를 부탁해>는 장편 데뷔작이다. <고양이를 부탁해> 시사가 있던 날도, 프린트 수정 결과를 염려하랴,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를 촬영하랴 숨돌릴 틈이 없던 최 감독을 전화로 만났다. 최영환 감독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로 촬영부 생활을 시작해 <세친구> <미술관 옆 동물원> <플란다스의 개>에 참여했고 김지운 감독의 <커밍아웃>,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의 카메라를 잡았다.

<고양이를 부탁해> 촬영에 기본원칙이 있었다면.

일단은 다섯명의 인물보다 그들이 속한 공간의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아이들이 인천에 있을 때는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갔고, 지하철이나 증권사, 동대문상가 장면에서는 보조 이상의 조명은 안 하고 필터만 써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인공조명과 형광등 불빛의 평면적 느낌을 살렸다.

캐릭터마다 촬영에 주어진 컨셉은.

어두운 면이 많은 지영이는 시나리오를 보고 창백하게 빠진 피부색이 어울리겠다 싶었다. 지영의 숏은 콘트라스트를 많이 주고 집이 무너져가고 캐릭터가 조금씩 변하는 과정에서 필터, 조명, 미술을 통해 녹색 기운을 점증시켰다. 서울 장면이 많았던 혜주는 가장 플랫한 느낌으로 찍었고, 아이들 사이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인 태희는 가장 정상적인 콘트라스트를 유지하는 한편 다른 인물과 투숏이 많았던 만큼 오버 더 숄더숏도 많이 썼다.

화면 구도는 현장에서 결정됐나.

그림 콘티는 없었고 현장에서 감독과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지영이 집을 소개할 때도 처음에는 표준보다 강한 망원으로 가다 나중엔 한참을 걸어도 집에 이르지 못할 것처럼 광각을 쓰자고 했었는데 헌팅하고 나서는 공간 느낌에 맞게 갔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문자 메시지나 타자기 글씨가 들어가는 곳은 자리를 미리 생각해 구도를 잡았다. 타자 글씨가 들어갈 것을 생각해 태희의 앉은뱅이 책상은 조명을 어둡게 조정했다.

인천이라는 도시의 느낌은.

미술면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옥색, 분홍색이 건물에 많아서 애를 먹었다. 인천은 중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살았고 전쟁 때는 피난민들이 정착했고 지금도 언젠가 서울로 가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섞여 사는 도시다. 그처럼 이질적인 것이 공존된 느낌을 보여주려고 했다.

가장 공들인 장면은.

특별히 맘에 들거나 아쉬운 장면은 없다. 내 생각에 이것만 살면 주제가 다 산다고 판단한 장면은- 감독은 아니라고 했지만- 지영과 태희가 버스에서 내려 전단을 돌리고 거지 여인을 만나고 부둣가를 거닐며 전화하는 장면이었다. 육교 위, 만수 부둣가 공간을 지나갈 때의 느낌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

현상 기법을 설명한다면.

포지스킵, 블리치 바이 패스(현상과정에서 손실되는 은성분을 보존해 화면의 풍부한 입자 느낌을 살리는 기법) 기법을 썼다. 포지스킵을 하면 그늘은 더 강하게 떨어지고 하이라이트 명도도 따라서 떨어진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네거 현상단계에서 푸싱 기법을 써서 밝기를 올렸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명암대조가 강한 화면은 필터 촬영과, 푸싱, 포지스킵 세 가지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이다.▶ <개봉작> 고양이를 부탁해

▶ "다섯 소녀가 속한 공간의 느낌을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