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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웃음에 명중하다, <킬러들의 수다> 정재영
최수임 2001-10-10

어떤 집단에나 ‘정상’적인 사람은 한명쯤 있어줘야 한다. 킬러 같지 않은 킬러들의 이야기 <킬러들의 수다>에서 ‘재영’이 그런 인물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신부 앞에 무릎꿇고 살인행각을 털어놓는 특이행동만 제외한다면, 죽여야 할 사람과 사랑하게 된다든지 하는 ‘비행’없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재영은 그의 말마따나 “제일 노말한 킬러”다. 그저 의뢰받은 작업을 수행하고 돌출행동은 하지 않는, 어떤 식으로든 튀고 마는 다른 킬러들에 비하면 심심하기까지 한. 하지만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정재영에게 “영화의 무게를 잡아주는” 재영 역의 매력은 낯설지 않은 것이었다.

“오버하지 않고, 내면으로부터 녹아나게 하려고 했어요.”

“코미디를 하더라도 튀는 걸 안 좋아해요, 다 취향이죠.”

“장르구분 없이 언제나 진실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평범이니 절제니 하는 말들이 오갔지만, 영화 밖 정재영은 그닥 ‘노말’하지만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이>를 찍다 다쳤다는 손은 악수를 할 수도 없이 붕대에 칭칭 감겨 있었는데, 그 안에는 떨어졌던 살점이 다시 붙어 있다 하여 험상궂은 분위기를 더했고, 짧게 자른 머리와 눈썹 또한 영화 속 재영과 달라 눈길을 끌었다. 카메라 앞에서 다친 손을 뒤춤으로 감춰 빼는 신인 같은 어색함도 그의 연륜에 비춰볼 때 평범치 않았다. 사실, 몇달 만에 <씨네21> ‘페이스’란에서 ‘스타덤’란으로 자리를 바꾸긴 했지만, 정재영은 ‘페이스’에 실릴 때도 신인은 아니었고, 이번 ‘스타덤’에 실릴 때도 흔히 말하는 스타는 아니다. 장진 감독의 서울예대 1년 후배로, 이른바 장진사단 출신인 그는, <허탕> <박수칠 때 떠나라> 등 연극뿐 아니라 <조용한 가족> <간첩 리철진>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유명세에 시달리는 배우인 적은 없었다. <킬러들의 수다>는 그가 영화에서는 처음 주연급 배역을 맡은 영화. 이 작품에 대해 기대를 숨기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예전에 했던 작은 역들은 어떻게 보면 연기라기보다는 개인기에 가까웠어요. <킬러…>는 장진 감독이 기회를 준 거죠.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에 이번 기회를 못 쓴다면 전 매장될지도 몰라요. (웃음) 다행히 감독이 못했다는 말은 안 하니까…. (웃음)” 설렘과 두려움을 고루 버무려, 농담인 듯 이어가는 그만의 수다는 아슬아슬할 때까지 솔직함을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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