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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에서 독립해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 NABI픽처스 차린 조민환 대표 (2)
2002-01-09

SF 무기로 상투성을 뒤집어버릴 것

초기 일정을 듣자하니 무언가 확고한 노선이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표현의 새로움이다. ‘이 영화는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다른가’라는 화두와 끝없이 싸울 것이다. SF 장르는 그런 고민에서 나온 선택이다. 겁나긴 하지만 상투성을 뒤집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계획이다.

<무사> <비트> <태양은 없다> 식의 남성영화 취향도 여전할 것 같다.

사실이다. 남성적인 것을 동경하는 것은 내가 범생이였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계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는 전형, 관습, 도덕적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나를 구원한 것은 어릴 때는 무협지, 만화, 책이었고 20대 들어선 파격이 가능한 시였다.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

늘 <유성호접검> 같은 무협영화를 얘기하곤 하는데 그런 계획은 없나.

꿈과 현실 사이에서 나는 꿈을 좇는 직업을 택했다. 꿈의 원형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무와 협, 그리고 남성이 나오는 무협지는 내가 꿈꿨던 세계를 재현해줬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봤던 <바벨2세> 같은 만화는 그리스 신화의 캐릭터를 SF적 상상력으로 구현해줬다. 꿈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신화에 항상 관심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단군신화, 홍길동전 이런 것들은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이야기다.

남성영화, 무협, SF라…. 이거 너무 팍팍한 것 같다.

사랑도 있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런 마음이 보이는 사랑이야기는 참 괜찮다.

에 이어 허진호 감독과 다시 멜로영화를 만들 수도 있겠다.

얼마전 허 감독을 만났는데, 무협영화를 한번 만들어보라고 권했다.(웃음) 농담이 아니라, 허 감독이 무협을 다루면 그 살벌한 분위기에서도 쓸쓸함이나 빛나는 순간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겠나. 장르는 달라도 결국 허 감독의 영화가 나올 것이다. 그런 영화는 정말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영화를 지배한 트렌드를 무시하고 나갈 것인가.

그런 점은 고민 않기로 했다. 조폭 신드롬이 올해와 내년에도 계속 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스코시즈의 <비열한 거리> 같은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면, 건달들이 주인공이지만 난 그 영화를 만들 것이다. 문제는 그 영화가 나에게 새로움과 즐거움을 주느냐다. 도전과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만을 만든다는 원칙은 변치 않을 것이다.

<무사>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흥행에 다소 실패해 실망하지 않았나.

흥행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해외 판권 일부를 포함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나머지 해외 판권액은 이익분이다. 물론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해 차 대표와 싸이더스, CJ에 미안하긴 하다. 감독과 프로듀서의 책임이 가장 크다. 내 책임은 러닝타임을 계산 못했다는 것과 배급시기를 잘못 선택했다는 것, 제작비와 거기에 따른 제작기간을 잘못 예측했다는 점 등이다.

작품 내용면에서 실패한 점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모든 캐릭터에 집중하기보다 최정과 여솔, 두명에게 초점을 명확히 맞춰야 했다. 액션에선 후회없다. 어느 나라 어느 팀이 찍어도 그보다 잘 찍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사>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총평하자면, <무사>를 통해 개인적으로나 싸이더스로서나 잃은 것은 1%이고 얻은 것이 99%라고 본다. 일단 중국이라는 곳을 잘 알게 됐고, 블록버스터에 대한 접근법을 알게 됐으며,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철저히 하게 됐다. 또 세계시장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개인적으로는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면서 인간적으로 성숙해진 것 같다.

어찌보면 <무사>는 충무로의 비합리적인 제작 관행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영화인 듯싶은데.

물론 개선할 수 있는 점도 있지만, 영화의 규모가 크면 어느 정도는 그런 운명을 감수해야 한다. 현장상황과 안일하게 타협하면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무사>에 대한 좋은 평가가 있다면, 그 이면에는 스탭들이 흘린 땀과 피눈물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 스탭들의 열정은 정말 놀라운 것이다. 또 그것이 한국영화가 볼 만하다는 평가를 불러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스탭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진 않다. 지금도 가끔 당시 스탭들에게 “너희 당장 <무사> 또 찍는다고 하면 어떡할래?”라고 묻는다. 그러면 그들은 “기꺼이”라고 잘라 말한다.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한국영화의 현 수준이다. 우리가 고생을 감내하지 못하면 그나마도 찍지 못한다는 얘기다. CG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것도 고통을 덜자는 의지의 발로이긴 하지만, <무사>의 경우엔 CG도 방법이 없다. 아무튼 누군가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제작자 조민환의 세계는 무엇일 것 같나.

만약 내게 프로듀서관을 물어본다면,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영화’라고 답할 것이다. 인간인 스탭들이 배우라는 인간을 찍고 인간인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데 10년 정도 걸렸다. 결국 내 스탭을 아끼고 배우를 존중하고 관객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싸이더스에서 독립해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 NABI픽처스 차린 조민환 대표 (1)

▶ 싸이더스에서 독립해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 NABI픽처스 차린 조민환 대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