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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더 킹> 류현민 의상팀장
이예지 사진 최성열 2017-02-09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더 킹>에서 의상은 많은 역할을 했다.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고, 각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시키기도 했으며, 상승과 몰락을 반복하는 드라마의 굴곡을 강화하기도 했다. <더 킹>의 조상경 의상감독과 함께 의상을 책임진 스튜디오 곰곰의 류현민 의상팀장은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촌스럽지 않고 세련될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였다고 말한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처럼 스타일리시한 의상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칼라와 라펠 등은 고증을 따랐지만 1990년대의 슈트바지는 통이 더 넓었어야 하는데, 조인성 배우가 워낙 다리가 길고 말라서 통을 살짝 줄였다. 힙합바지 같아 보이진 않아야 하니까. (웃음)”

두 번째 목표는 검사라는 같은 직업군 내에 있는 캐릭터들의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슈트지만 박태수(조인성), 한강식(정우성), 양동철(배성우)의 차림은 각각 다르다. “태수의 슈트는 가장 베이식한 디자인이었다. 한강식은 검사들은 잘 안 입는 더블 슈트에 스리피스를 입혀 차별화했고, 다른 검사들보다 무거운 톤으로 권력을 강조했다. 반대로 자신의 위치를 지켜야 하는 양동철은 브라운톤 슈트를 입혔다.” 세명의 그림이 조화되는 것만큼 태수의 성장도 중요했기에 그의 슈트도 기본적인 디자인 안에서 디테일의 변화를 계속 줬다. “태수의 감정에 따라 셔츠색을 화이트, 미색, 연블루 등 미묘한 변화를 줬고, 그의 위치가 상승하면서 더 좋은 슈트를 입혔다. 지방으로 좌천될 때는 타이는 빼버렸고, 후반부에는 광택이 도는 소재와 어두운 톤의 슈트를 입혀 달라진 모습을 강조했다.” 태수의 그림자인 두일(류준열)에도 공을 들여 서사의 입체감을 살렸다. “어둠 속에 있는 존재인 만큼 블랙을 많이 썼다. 태수의 흰 셔츠와 대비되는 블랙 셔츠를 입혀 대비시켰다.”

<26년>부터 <군함도>에 이르기까지 조상경 의상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류 팀장은 “각각의 작품의 톤 앤드 매너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게 영화의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조승우)는 같은 검사여도 옷을 거의 갈아입지 않는 소박한 검사다. <군함도>는 근사한 <더 킹> 의상과 반대로 해지고 남루한 ‘간지’를 살리는 게 과제였다.” 그의 차기작은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으로, “이번에도 남자들이 떼로 나올 예정”이다. 선 굵은 영화들을 주로 해왔지만 “원래 영화 취향은 <만추> 같은 멜로”란다. “아직 해볼 것이 많다. 어떤 장르든 의상만 튀는 게 아니라 협업 속에서 버무려지는 작업을 하고 싶다. 한 시대에 끝나지 않고 고전이 되는 것은 결국 이런 작품이니까.”

시나리오북과 신 리스트

“가장 많이 보고 가장 손에 익는 것이다. 신 리스트를 통해 영화 전체의 흐름을 빠르게 복기하고, 의상이 이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묻어나는지를 체크한다. 신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메모도 많이 한다. 3~4개월을 보다보니 많이 닳는데, 그나마 덜 해진 것들로 가져왔다. (웃음)”

2017 <군함도> 의상팀장 2017 <조작된 도시> 의상팀장 2016 <더 킹> 의상팀장 2015 <내부자들> 의상팀장 2015 <대호> 의상팀장 2014 <황제를 위하여> 의상팀장 2014 <플랜맨> 의상팀장 2013 <감시자들> 의상팀 2012 <26년> 의상팀 2007 <극락도 살인사건> 의상팀 2006 <무도리> 의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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