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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캐릭터의 시작은 나 자신 - <재심> 강하늘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7-02-21

“안녕하세요!” 표지 촬영에 쓰일 의상을 두손 가득 든 청년이 우렁찬 인사를 건넨다. 스타일리스트인 줄 알았더니 배우 강하늘이다. 스탭과 홍보사 관계자를 막론하고 한명씩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디에서 누구에게든 사랑받을 사람인 듯싶었다. 영화 <재심>에서 그가 연기하는 현우는 강하늘의 실제 모습과 몇억 광년 떨어져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단지 살인사건을 목격했을 뿐인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살인죄로 감옥에서 복역한 뒤 출소하는 현우는 더이상 삶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 배우 강하늘은 그가 지닌 것으로부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연을 지닌 현우와의 접점을 찾아내려 애썼다. 그러니까 우리가 <재심>에서 볼 수 있는 건 배우 강하늘의, 아직 발굴되지 않았던 삶의 단면이다.

-<재심> 출연 전부터 영화의 모티브인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에 관심이 있었다고.

=TV에서 처음 이 사건을 접했다. 살인 누명을 쓰고 10여년을 복역했다는 사연을 듣고 당사자가 정말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재심>의 시나리오가 나에게 온 걸 알았다. 작품을 읽기 전부터 이 영화는 내가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시나리오를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재심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사건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쎄시봉>(2015)과 <동주>(2015) 그리고 <재심>. 우연인지 몰라도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연달아 맡고 있다. 이런 때 인물에 접근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나.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연기를 처음 공부할 때,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배운다. 메소드 연기와 ‘나’로부터 출발하는 연기. 나는 전부터 후자쪽이 더 잘 맞았다. 배우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돼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잖나.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인물에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장이나 인터뷰를 통해 지켜본 배우 강하늘은 누구에게도 미움 받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반대로 <재심>의 현우는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사람이다. 현우라는 인물에 어떻게 공감할 수 있었나.

=좋게 봐줘서 고맙다. (웃음)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인물을 연기할 때 누구도 믿지 못할 행동을 하는 건 일차원적이라고 봤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데에서 오는 억울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현우가 열심히 살려고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를 고민했다.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 ‘어후, 어후’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우가 처한 상황을 보고 답답함보다는 안타까움을 느꼈으면 했다.

-배우 정우와는 영화 <쎄시봉>,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에 함께 출연했다. 잘 아는 선배배우지만 작품마다 새삼 깨닫게 되는 색다른 면모가 있을 것 같다.

=정우 형의 최고는 ‘집중력’이다. 인간 정우로서의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오롯이 준영이라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는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준영은 평소에는 헐렁헐렁하다가도 결정적 순간에 예리함을 드러내는데, 정우 형이 그 예리함에 대해 엄청 치열하게 고민하더라. 곁에서 내가 말도 못 걸 만큼.

-<동주>와 <스물>(2014)의 영향 때문인지 청춘배우의 이미지가 강하다. 차기작도 두 경찰대생의 수사극을 조명한 <청년경찰>이다. 실제로도 20대, 청춘을 통과하고 있는 중인데 청년 강하늘의 현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나.

=가장 편안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것들에 개의치 않으려 하고 있다.

-이전 인터뷰에서는 조급함이 엿보였는데.

=맞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고,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명상을 시작하게 됐고 <신이 말해 준 것>이라는 책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었다. (손목에 찬 은색 팔찌를 가리키며) 여기에 그 책에 나온 구절을 (일본어로) 새겼다. ‘지금, 내가 부여하는 의미 말고 다른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책인데, 기회되면 꼭 한번 읽어보시라.

-<청년경찰>을 촬영하고 있다. 희열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의 셸든처럼 ‘너드’한 캐릭터인데, 기준(박서준)이라는 인물을 만나며 점차 평범한 대학생처럼 변해간다. 반면 기준은 희열을 닮아 점점 너드하게 변해가고. (웃음) 이 균형이 재미있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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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윤상영, 박계현 / 헤어 아쥬레 대표, 이범호 원장 / 메이크업 조아 부원장 / 의상협찬 로드앤테일러, 솔리드옴므, 푼크트, 바톤 권오수, 타임옴므, 제이백쿠튀르, 트렌짓워모 by I.M.Z PREMIUM, 아테스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