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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모태펀드 화이트리스트 의혹 제기 받은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심경 고백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7-03-21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할 말이 많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의 모태펀드 화이트리스트(투자 지원)로 의혹이 제기됐고(<씨네21> 1090호 특집 기사 ‘<아가씨>는 안 되고 <인천상륙작전>은 된 까닭’ 박스 참조.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84억2900만원에 이르는 모태펀드 투자조합의 투자를 받았다. 모태펀드 지원을 받은 영화사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금액을 지원받았다-편집자), 아버지가 정광택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 공동대표라는 것에 대해 “사실을 정확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만나 그의 솔직한 말을 들어보았다.

-박근혜 정부의 모태펀드 화이트리스트 의혹 제기에 대해 억울해한다고 들었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영화 제작의 외적인 이야기가 회자되는 게 불편하다. 순수하게 영화를 만들어왔을 뿐인데 한국벤처투자의 화이트리스트로 거론되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관련한 의혹 제기에도 억울해한다고 들었다. 최근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정광택 탄기국 공동대표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즐겨 듣는데 그 방송이 공개되면서 창투사로부터 전화가 와 “이런 얘기가 나오면 투자하는 데 상당히 곤란하다”라며 “해결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김성훈 기자가 갔다는 역삼동 모 주택에 있는 영화사를 사람들이 우리 회사로 착각한 것 같다. 그 회사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신상한 한국벤처투자 전 전문위원을 잘 안다. 그가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의 영화화 판권을 구매해 <통영의 딸>을 준비하다가 한국벤처투자에 들어가면서 개발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영화제작자 A씨)한테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그 회사는 태원이 아니며 태원과 아무 관련이 없다).

-정광택 탄기국 공동대표와 정치적 견해차가 있다던데.

=그렇다. 어머니께서 몸이 아프셔서 직접 모시고 있고, 아버지와는 따로 산다. 어느 날 탄기국 얘기를 듣게 됐다. 탄기국이 뭐지?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80살 넘은 아버지한테 ‘그런 활동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하는 것도 자식된 도리가 아니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판단하고 행동하시는 거니 존중해드려야 하고. 어쨌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많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나. 그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영화 일을 하면서도 오해받아 억울한 게 많다고 했는데.

=드라마 <아이리스> 때 광화문 촬영 협조 받은 것을 두고 정태원이 엄청난 ’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거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씨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서울시가 협조를 해준 건데 말이다.

-<인천상륙작전>은 제작자의 순수한 기획의도와 무관하게 국책은행(IBK기업은행), 국책방송(KBS), 모태펀드 등 국가 관련 기관으로부터 집중 투자를 받았다. 기자로서 이 점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지 않나.

=처음 <인천상륙작전>을 기획할 때 4대 대형 투자·배급사로부터 거절당했다. 하도 거절당해 꼭 만들겠다는 오기가 생기던 차에 인천에 있는 기업 셀트리온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영종도의 유보지(토지의 용도지정을 유보해놓은 토지) 80만평을 매입하기 위해 인천시와 ‘네고’를 하고 있었다. 인천 유지들이 얘기를 했다더라. 서 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드라마 제작사 드림E&M이 셀트리온의 자회사)을 하고 있으니 부산에 <국제시장>이라는 상징적인 영화가 있는 것처럼 인천에도 인천을 대표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인천의 랜드마크 격인 영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갑자기 연락이 와서 만났더니 그 자리에서 서 회장이 “나도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거다. 50억원을 투자할 테니 인천 유지들을 만나 그들이 겪은 한국전쟁 이야기를 듣고 영화에 넣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또 조대현 KBS 사장을 찾아갔다. <아이리스>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그가 당시 KBS에서 좌파 성향 인사로 몰려 있었다(당시 보수 언론들이 조대현 사장 선임을 두고 “KBS 장래를 암울하게 만들 대참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몰아붙인 바 있다.-편집자). 내가 보기에 좌파가 아니라 KBS를 굉장히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시는 분인데…. 사실 조대현 사장의 전임인 김인기 사장이 <인천상륙작전>을 드라마로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래서 드라마로도 검토를 했는데 별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더라. 어쨌거나 조대현 사장한테 전임 사장과 드라마화 얘기도 나눴다고 말씀드리니, “아, 그럼 우리가 할게” 하더라. 5억원이나 10억원을 투자할 줄 알았는데 사업본부장이 와서 본사(KBS)에서 20억원, 미디어에서 10억원, 총 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더라(정확하게 KBS미디어와 KBS콘텐츠특수목적회사가 31억8750만원을 투자했다.-편집자). 깜짝 놀랐다.

-제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 영화는 정권이나 돈 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지점이 있었나보다.

=절실한 심정으로 돈을 모았더니 모태펀드가 투입된 투자조합을 운용하는 창투사는 물론 기업은행으로부터도 연락이 왔다. (펀딩 판이 다 짜인 뒤에 전화가 와서) “그거 다 우리한테 넘기세요. 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메인 투자를 해보려고 한다”라고 하더라. 투자가 넘쳐 서정진 회장한테 전화해 “투자자가 넘치는데 50억원은 너무 많으니 한 30억원만 투자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도 영화 투자가 목적이 아니니까 “어, 그래요. 나머지 20억원은 다음 영화에 투자하지 뭐” 그랬다 (최종적으로 셀트리온은 <인천상륙작전>에 30억원을 투자했다.-편집자). 이후, 이정재가 캐스팅됐고, 리암 니슨이 뉴욕에서 인사말 영상을 보내왔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갔지만 <씨네21>을 포함한 평단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흥행했는데.

=개봉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가 영화를 보고 “<인천상륙작전>은 수작”이라고,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켈로부대의 헌신에 감사”하다고 얘기하면서 영화가 갑자기 보수영화로 둔갑한 거다.

-의도치 않게 말인가.

=보수와 진보, 두 이념을 나누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반전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만든 영화인데…. 사실 1996년 태원이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을 추진할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당시 50여개의 종교, 시민단체가 마이클 잭슨이 아동 성추행 스캔들에 연루된 사람이니 내한하면 안 된다고 공연 반대 운동을 펼쳤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문화를 강제로 막으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공연을 무사히 열 수 있었다. 이희호 여사가 수필집 <나의 사랑 나의 조국>을 선물해주셨던 기억도 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권양숙 여사와 함께 <맨발의 기봉이>를 관람하고, 기봉이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과 함께 단체사진도 찍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무척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는 받은 게 없다. 그게 섭섭하다는 건 아니고….

-제작자로서 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정권은 큰 회사가 아닌 영세한 회사나 단체들에 불이익을 줬다. 정권이 새로 바뀐 뒤 보수영화가 모태펀드 투자를 받지 못하면 보수쪽이 또 블랙리스트가 되지 않나. 다양한 문화는 소수의 목소리를 담아낼 줄 알아야 하고, 성향이 어떻든 관객이 평가하는 것이니 감상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작은 나라에서 국민끼리 분열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기작도 궁금하다. 영화 <물괴>, 인기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를 리메이크한 TV시리즈 <크리미널 마인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물괴>는 4월 첫주에 촬영을 시작한다. 아직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크리미널 마인드> 또한 비슷한 시기에 크랭크인한다. <물괴>는 조선시대에 나타난 괴물인 ‘물괴’를 소재로 한 팩션 블록버스터다. 실제 역사에도 등장한다. 상상의 동물 해태를 괴물로 형상화했는데 CG가 많아서 내년 여름쯤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 많이 기대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