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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마녀의 꽃>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배우 스기사키 하나, 니시무라 요시아키 프로듀서

지브리를 넘어 첫발을 내딛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배우 스기사키 하나, 니시무라 요시아키 프로듀서(왼쪽부터).

스튜디오 지브리가 돌아온 것인가? 아니다. 지브리 출신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똘똘 뭉쳐 ‘스튜디오 포녹’이라는 새로운 제작사를 차렸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없이 그들의 힘만으로 <메리와 마녀의 꽃>이라는 첫 장립작을 만들었다. 지난 20, 30년동안 스튜디오 지브리에 몸담으며 노하우를 축적해온 애니메이터들이 집결해서 만든 <메리와 마녀의 꽃>은 모든 것이 어설프고 천진난만한 소녀 메리가 천부적인 마법 재능에 눈뜨게 되는 이야기. 마치 평생을 애니메이션에 몸바쳐온 이들의 인생 자체에 던지는 판타지 같기도 하다. 지난 10월 13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과 니시무라 요시아키 프로듀서, 그리고 주인공 메리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스기사키 하나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제작사 스튜디오 포녹을 설립하면서 <메리와 마녀의 꽃>을 창립작으로 내세웠다.

=니시무라 요시아키_ 2013년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부가 해체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밑에서 일하던 뛰어난 애니메이터들이 흩어지게 됐다. 그런데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을 비롯해 그들 모두가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어 했다. 그렇다면 프로덕션을 새로 만들어 영화를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지금껏 만들어왔던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목적은 이어가면서 구조적으로는 지브리 시절의 연장이 아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영국 작가 메리 스튜어트의 소설 <메리와 마녀의 꽃>이 원작이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_ 전작 <추억의 마니>(2014)가 소녀의 마음을 잔잔하게 그린 영화였다면 회사 창립작은 <추억의 마니>와는 다른 활동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다이내믹한 작품을 내세우고 싶었다. 마침 여러 아동문학 작품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작은 빗자루>가 우리가 원하던 바와 잘 맞아떨어져 내가 직접 스튜디오에 추천했다.

-전작 <추억의 마니>의 원작은 영국 작가 존 G. 로빈슨 작품이었고 <마루 밑 아리에티>(2010) 역시 영국 작가 메리 노튼의 <마루 밑 바로우어즈>가 원작이었다. 연출작 세편 모두 영국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_ 우연이다. (웃음) 의도한 것은 아니다. 아동문학을 무척 좋아하는데, 영국은 아동문학이 잘 발달해 있다. 특히 어른들에게도 많은 것을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전작들과의 차이라면 배경이 일본이 아니라 이번에는 아예 영국이 배경인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정도다.

-주인공 메리는 밝고 쾌활하지만 “인생에 좋은 일은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서 마녀로서의 재능에 눈뜨게 된다. 이런 복잡한 캐릭터의 심경 변화를 목소리에 담기 위해 노력한 것이 있다면.

=스기사키 하나_ 사실 메리를 연기하는 데 있어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자연스럽게 메리가 좋아졌고 어렵겠다는 걱정이 들지 않았다. 또 그녀의 일상에서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다. 고민을 했다기보다는 내가 직접 읽고 보면서 느낀 감상을 그대로 전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처음 캐릭터 일러스트를 봤을 때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외모만으로도 어떤 성격의 소녀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연출자로서 스기사키 하나의 어떤 점이 메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_ 메리는 활기찬 성격을 지녔고 자기가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소녀다. 전작 <추억의 마니>에서도 스기사키 하나와 같이 작업한 적 있는데 그때 그녀가 사야카라는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왠지 그녀라면 내가 상상했던 메리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들려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이번에도 부탁했다. 녹음실에서 그녀는 확실히 놀라웠다.

-‘마녀’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보니 <마녀 배달부 키키>(1989)와 같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지브리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적인 캐릭터 선택이었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_ 단지 이야기에 끌렸을 뿐이다. 최근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불안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지금껏 믿고 살아왔던 가치를 잃어버리거나 혹은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을 경험했다. 나는 믿음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가치가 ‘마법’과 같다고 생각했다. 영화에 담고 싶었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이 사라진다 해도 마녀 혹은 우리 자신의 힘으로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이었다. 지금의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였다.

-스튜디오 지브리와 스튜디오 포녹 사이 작업 시스템이나 환경이 많이 다른가.

니시무라 요시아키_ 애니메이션 작업이라는 게 기술적으로는 진화하고 있어도 시스템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포녹의 애니메이터들은 지금도 전부 수작업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지브리 시절과 완전히 다르게 꾸릴 수는 없다. 시스템에 따라 작업 공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표현 방법에 따라 작업 공정을 바꿔나간다. 시스템의 차이보다는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에 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그것을 만드는 방식도 변화한다. 디즈니도 픽사도 마찬가지다.

-<추억의 마니>가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이었고 이번 영화 <메리와 마녀의 꽃>은 스튜디오 포녹의 첫 작품이다. 끝과 시작을 열고 닫는 영화 두편을 연출한 소감이 어떤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_ <추억의 마니>는 스튜디오 지브리 시절 스탭들의 추억과 기술을 총망라해서 담아낸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 영화를 만들 당시에는 화려했던 지난 추억에 잠겨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스탭이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런 영화 작업은 두번 다시 경험할 수 없을 것 같다. 메리에게 마법이 있다면 내게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마법 같은 존재다. 비록 스튜디오 지브리는 없어졌지만 한발 더 전진하자는 마음을 담아서 만들었다. 메리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관객에게도 첫발을 내딛는 메리의 용기가 전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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