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영화人
<소공녀> 지지연 의상감독 - 오래된 옷을 여러 겹 입어도 멋스러운

“미술이나 촬영, 조명이 영화 속 공간을 아우르는 작업이라면 의상은 배우를 영화 속에 스며들게 만드는 일이다.” <소공녀>의 지지연 의상감독은 복잡다단한 영화 작업에서 자신의 몫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소공녀>는 꿈은커녕 먹고살기도 빠듯해지는 시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몫의 선택을 말하는 영화다. 주인공 미소(이솜)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소소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집을 포기한다. 그래서 미소에겐 제 한몸이 집이고 자존이며 삶의 표현이다. <소공녀>의 의상이 여느 영화에 비해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소는 제 몸을 마치 하나의 옷걸이처럼 사용하는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여러 겹 겹쳐 입어야 하기 때문에 약간 몸이 부어 보이는 느낌을 줘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나온 인물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빼고 실용적인 것만 남겨두려 했다. 소재의 옷과 오래 입을 수 있는 청바지 그리고 가죽 신발이 기본이다. 오래되고 헐거운 와중에도 그 안에서 멋을 찾을 수 있는 감각을 표현하고 싶었다.”

<범죄의 여왕>을 통해 광화문시네마와 인연을 맺게 된 지지연 의상감독은 <소공녀>의 시나리오를 보고 두말없이 자신이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아마도 미소의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건 자신이 걸어온 길과 상당 부분 닮은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히는 일을 대하는 태도, 삶의 방향이 닮았다. 지지연 감독은 미소처럼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연출을 꿈꾸며 영화계에 발을 들인 그는 초반 김곡·김선 감독의 조감독으로 뜨거운 에너지를 분출했고 직접 단편영화도 연출했다. 그러던 중 조감독으로 참여한 <방독피> 현장에서 김유선 의상실장을 만나 의상 분야의 재미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선회해 지금까지 왔다. “주변에서 ‘영화 찍어야지’란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때마다 하는 대답이 ‘의상 좀 하고요’다. (웃음) 의상이 과정이라고 생각지 않고 연출이 목표도 아니다. 아마 죽기 전에는 내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싶지만 그걸 위해 중간 과정을 희생하고 싶진 않다. 워낙 영화를 좋아하니까 기왕이면 그게 영화면 좋겠다는 거지. 지금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것, 즐거운 것,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낸다. 모든 일은 타이밍이다.” <소공녀>의 미소가 그토록 생기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적절한 때에 필요한 사람을 만나 빛나는 캐릭터가 나왔다.

반짇고리

반짇고리, 의상수선통, 만능상자. 뭐라고 불러야 할까. 지지연 감독이 들고 다니는 통에는 바늘, 실, 골무, 헝겊은 물론이고 물티슈, 커피믹스까지 별의별 것이 다 들어 있다.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내가 들고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손에 익은 게 좋다. 곁에만 있어도 편하다. 기능적인 물건들이지만 사실 기능적으로 쓰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냥 바늘, 실, 옷핀 같은 게 있는 게 좋다. 다리미질도 좋아해서 직접 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일이니까 할 수 있는 것 같다.”

의상감독 2017 뮤직비디오 자이언티 <눈> 2017 <소공녀> 2015 <범죄의 여왕> 2012 <피에타> 의상팀 2011 <원더풀 라디오> 조감독 2010 <방독피> 2010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