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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 이규한 - 현장을 즐기다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8-05-22

저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데자뷰> 표지 촬영 현장의 이규한을 보며 생각했다. 드라마 <부잣집 아들>의 밤샘 촬영을 마치고 왔다는 그는, 스튜디오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끊임없이 웃게 만들었다. 그건 이규한이 “얼굴 보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그들을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뭇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밝고 유쾌한 모습 그대로의 배우 이규한이 <데자뷰>에 출연한다는 건 그래서 뜻밖이었다. 웃음기를 지운 그의 모습은 어떨까. 그보다도, 데뷔 20년을 눈앞에 둔 배우로서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에 뒤늦게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마파도2>(2007) 이후 11년 만의 영화다.

=그렇다. <공범>(2012)에 특별출연하고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에 카메오로 등장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영화를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그동안 영화를 늘 하고 싶었지만 드라마 작품이 좀더 많이 들어오는 편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타이밍이 잘 맞았다.

-스릴러 장르의 주연을 맡은 건 <데자뷰>가 처음이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다. 평소 스릴러, 누아르야 말로 영화로서의 색깔을 확실히 살릴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비중이 좀 적은 역할을 맡는 한이 있더라도 스릴러영화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는데, <데자뷰>의 출연을 제안받게 됐다.

-스릴러영화를 좋아하는 편인가.

=좋아한다. 최근작으로는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인비저블 게스트>(2016)를 재미있게 봤다. 할리우드영화와는 다른, 스페인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정말 잘 찍었기에 감독의 전작인 <더 바디>(2012)도 찾아봤다. 알고 보니 한국영화 <사라진 밤>(2017)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거였더라.

-<데자뷰>의 우진은 그 속을 잘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여자친구 지민(남규리)에겐 다정하고 든든한 연인이지만, 직장에선 권위적이고 폭력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도 평소 일할 때 만나는 사람들, 가족, 편한 사람을 대하는 게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지민을 대할 때와 직장에서의 모습에 차이를 두려 했던 건, 우진의 심리 상태를 고민한 결과다. 지민이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사람이 우진이다. 그의 스트레스가 쌓여 어딘가에서 폭발한다면 지민 앞에서보다는 직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 디테일을 계속 생각하며 연기했다.

-안경 쓴 모습도 신선했다. 우진은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안경을 벗는데.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 우진은 많은 것을 감추고 있는 인물인데, 다른 사람의 눈을 속이기에 안경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에서 감독님이 중요한 소품으로 선택한 것 같다. 평소 시력이 정말 좋아서 안경을 써본 적이 없는데, 막상 써보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영화의 후반부, 우진에게 중요한 감정 신이 있다.

=맞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어려운 장면을 찍을수록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런 장면을 찍고 나면 배우로서의 열의가 한층 높아진다고 해야 할까. 감독님이 현장에서 “규한씨, 진짜 신나게 현장을 즐기고 있네요”라고 하더라. 그렇게 강한 장면이 나올수록 현장을 더 즐겼던 것 같다. 감정 신의 경우 중요했지만 테이크를 많이 가지는 않았다. 나는 첫 테이크가 가장 좋은 편이다. 첫 테이크가 화로라면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완성된 요리가 된다는 느낌? 드라마를 할 때에는 완성된 요리를 택하는 편이지만, 영화에서는 최대한 재단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최근 드라마 <부잣집 아들>에 능력 있는 남자 태일로 출연하고 있다.

=태일 역시 <데자뷰>의 우진처럼 나에겐 낯선 배역이다. 정적이고 멋스럽고, 듬직하다. 나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동안은 피해왔지만 40대를 앞둔 지금 이 마음을 극복해야 스펙트럼이 더 넓어지는 40대를 맞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나의 무궁무진한 40대를 위한 도전으로 봐줬으면 한다.

-올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도전의 해’다.

=그렇게 됐다. 평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편이다. 데뷔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일을 굉장히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건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올해 아홉수인데. (웃음) 올해 연말 작은 소망이 있다면 ‘살면서 가장 뜻깊은 한해’였다고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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