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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김희애 - 기회에 주저하지 않는다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18-06-19

“일생일대의 도전이었다.” 언제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희애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연기력으로 각광받는 데뷔 35년차의 스타 배우가 “자칫하면 발연기가 될 수 있을까봐 ‘죽자, 죽어’라는 마음으로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부산 사투리를 연습했다”고 말하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엄격하기에 김희애는 결혼하고 복귀한 이래 배우로서나 화장품 브랜드 장기 모델을 하는 스타로서나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베테랑이었다. 단체 화보를 찍을 때도 프로답게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능력을 발휘해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놀라게 했던 김희애를 만났다.

-이렇게 강한 사투리 연기를 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고통스러웠다. 요즘은 지역 사투리를 프로페셔널하게 구사하는 연기자들이 워낙 많지 않나. 사투리를 해내면 기본을 한 것이고, 못하면 그냥 낙제다. 나도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가 있는데 이건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발연기가 되겠더라. 외국에 나갔을 때도 계속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과 통화를 하고, 밤에 잘 때도 녹음 테이프를 들으며 잤다.

-사투리를 쓰지 않는 쪽으로 감독이 캐릭터를 수정해주는 경우도 많은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간 이유는.

=난 아기를 낳을 때도 그랬다. 다른 분만법도 많다고 하는데 출산의 고통이 어떨지 궁금하고 한번 태어나서 이건 해내야 할 것 같다는 이상한 용감함이 있었다. 애를 낳으면서 “내가 미쳤지, 왜 그랬을까” 후회했지만(웃음) 나중엔 다 잊어버렸는데, 사투리 연기도 똑같았다. 촬영 중에는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한탄했지만, 지금은 나로서 최선을 다했으니 그냥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한 여성 경영인 문정숙은 주변에 돈을 빌리고 집을 전세로 바꾸면서까지 자신을 희생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재판을 돕는다. 왜 그렇게까지 하게 됐을까.

=처음부터 의인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서 오히려 그 변화가 너무 편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실제 모델이 된 분도 60대 중반에 우연한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셨는데, 그런 사람이 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진실하고 진짜 같아 보였다. 이 캐릭터는 이렇게 훌륭하고 대단한데 나는 왜 이럴까 죄책감이 들기보다는 그냥 공감이 가는 거다. 관객도 캐릭터에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거다.

-결국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가 ‘여성의 이야기’라는 것을 분명히 한 영화였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싸움이 최근 미투(#MeToo) 운동의 시작일 수 있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무언가를 향한 작은 날갯짓이라도 됐으면 한다. 영화를 찍고 감독이 관련된 책도 추천해줬는데, 우리가 했던 작업이 참 의미 있는 일이었구나 느꼈다.

-인스타그램에 <일일일책: 극한 독서로 인생을 바꾼 어느 주부 이야기>란 책 사진을 올린 것을 봤다. 독서에 대한 의지 표현인가.

=내가 독서를 너무 안 해서 올해 목표가 ‘독서 좀 하자’가 됐다. (웃음) 마크 저커버그가 2주에 1권씩 책을 읽기로 했다기에 나도 같은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쉬운 책 위주로 보니까 목표치보다 더 많이 읽게 되더라.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매일 처음 보는 단어라서 자괴감이 든다. (웃음) 그래도 나이는 계속 먹어가는데 이거라도 안 했으면 어쩌나, 고인물이 될 텐데 싶어서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치매 예방 수준이지 뭐. (혹시 할리우드 진출도 생각하는 것인지?) 기회가 있으면 왜 안 하겠는가. 물론 기회가 희박하겠지만, 그런 상상을 하며 공부를 하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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