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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여는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 큰 사건을 사회적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9-10-03

세월호 참사로부터 1488일이 지난 2018년 5월 12일, 세월호 가족과 국민들이 함께 만든 4.16재단이 출범했다. ‘생명·안전·약속’의 실천을 지향하는 4.16재단은 올해 7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또한 그 일환이다. 10월 2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세월호 참사와 기타 사회적 재난을 주요 소재로 다룬 장편 극영화/다큐멘터리의 시나리오, 트리트먼트를 공모하는 이 사업(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416foundation.org/) 참조)은 영상매체의 힘을 빌려 세월호 참사가 남긴 여러 사회적 의제들을 다시금 환기하고자 한다. 박래군 운영위원장은 인권재단 사람의 소장이자, 지난 1980년대부터 한국사의 굵직한 항쟁과 참사의 한복판에서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인권운동가다. 동생 박래전을 비롯해 수많은 열사들의 장례식을 치렀기에 사람들은 그를 ‘재야의 장의사’라 부르기도 한다. 그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인권운동가임에도, 세월호 참사는 어떤 분기점과도 같은 순간이었다고 그는 소회한다.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세월호와 관련된 문화콘텐츠가 상당히 많이 나왔다. 재단 차원에서 이들 작품에 대한 아카이빙을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한편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2~3년 동안은 세월호를 다룬 영화, 다큐멘터리가 활발하게 제작됐는데 정권이 바뀌고 합동 분향소가 철거된 뒤에는 관련 작업이 많이 줄어들었다. 사회적 참사 그 이후를 한 흐름으로 조명한 작품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창작자들을 자극도 할 겸 공모전을 기획하게 됐다.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대중과 공유하려면 문화적 접근이 필요했다.

-공모전에 입상하면 어떤 혜택이 주어지나.

=장편 극영화 부문 대상 수상자에게는 3천만원, 입선에 1천만원의 상금을 수여하며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 수상자에게 1천만원, 입선에 5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4.16재단에서 문화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는 건 처음이기에 장편 극영화·다큐멘터리의 시나리오 또는 기획안, 트리트먼트를 공모하는 것으로 범위를 좁혔지만, 공모전의 작품 퀄리티에 따라 추후 영화 제작까지 지원의 범위를 확대할 계획도 있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4.16재단의 이사로 활동하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심사 기준이 궁금하다.

=이번 공모전의 소재를 세 가지로 잡았다. 첫 번째는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 및 관련자들의 삶이다. 당사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겪은 일련의 과정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이를 통해 관객의 사유를 이끌어내는 작품을 기다린다. 두 번째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내용이며, 세 번째는 기타의 사회적 참사에 관한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는 한편, 여전히 후진국형 재난이 일어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일깨우며 시민들의 안전 의식을 고취하는 내용을 담으면 좋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가 워낙 큰 규모의 재난이었기에, 그 무게에 짓눌리거나 부담을 느끼는 창작자들이 많은 것 같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때로는 과감하게 세월호라는 소재에 접근하는 창작자들이 나왔으면 한다.

-4.16재단은 2018년 5월 12일 출범했다. 활동과 성과를 돌아본다면.

=4.16재단은 150여 가구의 세월호 유가족과 1만7천여명의 국민들이 출연금을 모아 설립한 재단이다. 지난해 5월 12일에 출범했다고는 하지만 예산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올해 7월부터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4.16재단 사업의 큰 축 중 하나는 추모사업이다.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돕기 위한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안산에 설립될 4.16생명안전공원의 위탁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은 안전 사회와 관련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 안전이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되었음에도 재난사태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민간 안전 전문단체들이 별로 없다.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민간 안전 지킴이들의 역량 강화를 돕고 싶다. 아마 몇년이 지나면 4.16재단이 안전 분야와 관련해 상당한 역량을 축적하지 않을까 싶다.

-30여년간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경험했을 텐데, 세월호 참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세월호 참사는 이전의 재난 참사와 여러모로 다르다. 우선 유가족들의 태도가 달랐다. 세월호 이전 재난 참사를 경험한 유가족들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 시도가 있었다 해도 가족들간의 분열과 권력기관의 회유로 의지를 꺾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많은 참사를 목격했고 수많은 유가족들을 만나왔지만, 세월호 참사만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대규모 사회적 운동의 중심에 유가족들이 서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또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참사 중 세월호만큼 오랫동안 진상규명을 진행한 재난은 없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에 대한 집요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더불어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이 그동안 도외시하던 생명의 존엄성과 안전의 중요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구의역 김군 사고의 경우 이전에 비슷한 사고가 두번이나 일어났지만 금세 잊혔다. 그런데 세월호를 경험한 시민들은 김군의 사고를 접하고 추모벽을 만들어 그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게 만들고 미래의 사회상을 그리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 4.16재단의 주요 의제는 무엇인가.

=안산에 4.16생명안전공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재난 참사 희생자들의 위령비, 추모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다가 만들어서 그렇다. 삼풍백화점 희생자들의 위령비가 양재 시민의 숲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성수대교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추모비는 성수대교 끝자락에 있다. 그런 죽음들을 잊고 멀리할수록 같은 재난, 같은 비극이 반복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아픈 과거일수록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자주 기억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취지로 안산 화랑유원지에 4.16생명안전공원을 설립하려 하는데, 아직까지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참사를 추모하는 공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권운동가로 활약하기 전, 소설가를 꿈꿨다고. 직접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볼 계획은 없는가.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국문과에 진학했는데, 시대를 잘못 만나 이렇게 됐다. (웃음) 내후년이면 나도 만 60살이 되는데, 2021년 6월 30일부로 현역 은퇴하고 소설을 쓰겠다고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닌다. 사람들은 다 안 믿지만. (웃음) 인권운동만 31년차다. 너무 오래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대표 직함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라. 이제는 후배들이 일할 수 있게 자리를 물려주고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일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돌아보면 큰일들이 정말 많았다. 용산참사만 해도 백서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초고까지 썼는데 마무리를 못했다. 이런 부분들을 어느 시점에서는 꼭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나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라 사회적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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