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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 않아> 김현옥 미술감독 - 동물의 특성을 닮은 공간
김현수 사진 백종헌 2020-01-13

“셈에 어두운 원장이 오로지 동물만 생각하면서 평생을 바쳐 일궈온 따뜻한 동물원일 것.” 손재곤 감독과 <이층의 악당> 이후 줄곧 함께해온 김현옥 미술감독은 <해치지 않아>의 메인 공간인 동산파크의 컨셉을 이렇게 소개했다. 김현옥 미술감독은 실제 한국에서 운영되는 동물원과 다르지 않도록 운영 형태를 똑같이 재현하려 노력했다. 미술팀을 이끌고 있지만 본인이 맡은 영화에서는 세트 제작도 함께하는 그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세트 제작 공정을 동물원 제작 공정과 동일하게 도입해 만드는 것”이었다. 동물원의 기본 규격을 모두 지키는 한편, “동물원의 바위를 만들어내는 GRC 공정을 그대로 적용해” 동물 방사장을 지었다. 동산파크의 구조와 시설 분위기는 전국 6곳의 실제 동물원 모습을 조합해서 만들었다. 광릉수목원, 부산 삼정더파크, 경남수목원, 전주동물원, 청주동물원, 울산동물원에서 장소를 조합해 가상의 동산파크를 만들어냈다. 극의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고릴라, 북극곰, 나무늘보, 사자, 기린의 특징에 맞게 공간의 색감 포인트를 달리 설정해서 “관객이 동물들의 개별 공간만 봐도 톤 앤드 매너가 주는 감성을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점도 <해치지 않아>의 미술을 동화적이면서도 가짜 같지 않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됐다. 손재곤 감독과는 두편을 작업했지만 줄곧 함께했다고 하는 이유는 제작이 무산된 작품도 계속 같이 준비했기 때문. 덕분에 “시나리오 해석의 방향부터 좋아하는 색깔까지 바라보는 곳이 비슷한” 손 감독과는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의중을 알아차릴 수 있는 관계가 됐다.

26살 때 김경형 감독의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덜컥 입봉한 김현옥 미술감독은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재학 시절, <시월애>(2000) 미술팀장을 하던 선배를 따라 세트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자연스레 영화미술에 발을 들였다. 5편을 함께 작업한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으로 제16회 춘사영화상 미술상을 수상했다. 김현옥 미술감독은 미술 디자인의 핵심은 캐릭터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서칭하면서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철저하게 하기로 정평이 난 그는 사무실에서 온전히 집중하며 세우는 사전계획에서 최고의 디자인이 나온다고 믿는다. <해치지 않아>에서 지켜야 할 삶의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는 동산파크는 그런 믿음을 기반으로 지어진 꿈의 동산이다.

포토샵과 컨셉아트

김현옥 미술감독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인터넷 서칭과 포토샵으로 모니터 위에 세트를 재현해 보인다. 실사 사진이라고 해도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극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 다음 현장에서 그와 똑같은 세트를 그대로 구현해내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마우스질을 너무 많이 해서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끈기 있는 작업이 지금의 김현옥 미술감독을 만들었다.

2020 <해치지 않아> 2019 <퍼펙트맨> 2017 <보안관> 2014 <가시> 2011 <오직 그대만> 2010 <이층의 악당> 2010 <맨발의 꿈> 2008 <크로싱> 2008 <도레미파솔라시도> 2005 <작업의 정석> 2005 <이대로, 죽을 순 없다> 2004 <늑대의 유혹> 2003 <동갑내기 과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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