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영화人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정중엽 음악감독 - 영화를 위한 리듬
배동미 사진 오계옥 2020-03-30

시네아스트라 칭송받는 지 감독(서상원)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실업자 신세가 된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은 여배우 소피(윤승아)의 집을 쓸고 닦으며 돈을 번다. 그때 흘러나오는 뚱땅거리는 묘한 리듬. 예스럽고 엉뚱한데 귀엽다. 찬실을 닮았다. 정중엽 음악감독은 1979년에 생산된 코르그 드럼머신 리듬55(Korg KR 55)를 이용해서 찬실을 위한 리듬을 만들었다. 찬실이가 영이(배유람)와 다정하게 도시락을 먹는 장면에서도 드럼머신 리듬을 썼다. “오프닝에서 지 감독이 죽을 때 쇼팽의 <장송행진곡>이 나왔다. 그 뒤에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미니멀한 음악을 써야겠다 싶었다. 드럼머신은 위트 있고 아날로그 질감이 느껴져서 찬실이와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오후, 정중엽 음악감독은 김초희 감독을 만나 미래의 입봉작이 될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1시간 남짓 만났던 두 사람은 4시간 넘게 여러 음악 링크를 주고 받았는데 취향이 달랐던 찬실, 영이와 달리 김초희 감독과 그는 서로 좋아하는 뮤지션이 많이 겹쳤다.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음악링크가 왔다. 김초희 감독이 좋아하는 음악들을 보내주었다.” 그가 보여준 수많은 링크의 향연 속에 찬실이 성채에 앉아 부른 <희망가>도 눈에 띄었다. 옛 음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의 감성이 통했던지 엔딩곡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옛 민요를 편곡해 완성되었다. 경기민요 <사설방아타령>을 영화 분위기에 맞게 편곡하고 김초희 감독과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국악인 이희문이 소리를 했다. 김초희 감독은 작사와 코러스를 맡았다.

대학 때 기타와 작곡을 전공했던 그는 10년 동안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밴드만 생각했던 그는 “영상에 쓰는 음악을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아내의 조언을 따라 광고음악을 조금씩 맡았고 그사이 몸담았던 장기하와 얼굴들은 해체됐다. 장영규 음악감독을 만나 본격적으로 영화음악계에 발을 담근 정중엽 음악감독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에 음악팀으로 참여했다. 장영규 음악감독이 “어미새처럼” 일을 물어오면 심혈을 기울여 작업하다보니 “1년 사이 뭘 많이 했다”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됐다. 차기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로 <하나안>의 박루슬란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That's it

코르그 드럼머신 리듬55(Korg KR 55)

“하세가와 요헤이(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형에게 오래전에 빌렸다. 형이 악기를 좋아하고 많이 갖고 있어서 종종 빌린다. 밴드가 해체한 데다 코로나19 때문에 일본에 있는 형이 언제 다시 한국에 올지 모르겠다. 돌려줘야 하는데….”

Filmography

음악감독 2020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음악팀 2019 <항거: 유관순 이야기> 2018 <페르소나> 2008 <걸스카우트> 2006 <사생결단>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