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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소 규모의 영화에 대한 지원 포함 다양한 정책 준비한다"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20-04-03

그는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 보였다. 매일 아침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방역관리를 점검하며,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뒤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책을 마련하는 일과가 일상이 된 지 3개월여째다. 코로나19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며 코로나19 이후의 국정을 대비하는 일이 문재인 정부 4년차의 역점 사업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전세계 영화산업이 ‘올 스톱’했고, 극장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으며, 영화계가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지난 3월 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에게 급하게 만남을 청했다. 올해로 임기 2년차에 접어든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 3월 31일 서계동 문체부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박양우 장관은 3개월째 이어지는 강행군 탓에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의욕은 여전히 넘쳤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연일 현장을 뛰어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체력은 문제없나.

=상황이 엄중하다보니 힘들 새도 없이 뛰어다니고있다. 문체부는 문화, 체육, 관광, 종무, 소통 등 여러 분야를 담당하는 까닭에 정부부처 중에서도 코로나19 사태와 가장 밀접한 영향을 받고 있다. 분야별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국민과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또 대책을 마련하는 현장 소통을 매일 하고 있다. 장관 취임하면서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이 뜨겁게 살아날 수 있도록 돕는 부지깽이가 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몸은 힘들지만 주어진 역할을 다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코로나대책영화인연대회의가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내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금은 모두가 힘들다. 영화계 또한 투자, 제작, 상영 모든 분야가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정책 담당자는 당연히 영화계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현재 사태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이다. 영화계가 성명서를 통해 요청한 내용 대부분 문체부가 이미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었던 사안들이고, 성명서 발표를 전후해서 이미 실현된 것도 있다. 영화계가 요청한 지원 내용은 영화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하고, 금융지원 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영화발전기금을 포함한 정부의 지원 예산을 긴급 투입해 달라는 등 크게 세 가지다. 영화산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은, 지난 3월 25일 고용노동부가 모든 업종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을 ‘특별업종’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화산업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입은 업종이기 때문에 최대 90%(대기업은 67%)까지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금융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영화계의 공통된 목소리인데.

=다양한 금융지원 요구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24일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정책을 발표했고, 대기업을 포함한 영화계 또한 지원 대상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제작, 배급, 상영, 관객에 이르는 전반적인 측면에서 지원하는 재정대책을 기획재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인터뷰 다음날인 4월 1일, 기획재정부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감면하고, 개봉 취소작에 한해 마케팅비를 지원하겠다”고 긴급 발표했다.-편집자). 또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일을 쉬는 현장 영화인들을 위한 고용 안전지원 대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조만간 추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여러 대응 및 지원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영화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 정책이나 대책들을 알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체부는 좀더 긴밀한 소통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 안에 코로나19전담대응반을 구성했고, 기존 지원 정책의 상세한 내용들과 바뀐 지원 정책, 앞으로의 정부 정책 방향 등을 신속하게 안내하도록 조치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적합한 시기에 필요한 정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서 실행하는 것이고, 앞으로는 문체부 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의 영화산업 관련 정책도 적극적으로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시점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씨네21>도 영화계 상황을 계속 취재해 알려주면 정책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극장에 사람이 오지 않는데 정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

=극장 관객이 큰 폭으로 계속 감소 중이라 무척 안타깝다. 코로나19 사태의 초반인 1월 중순까지는 큰 영향을 안 받는 듯하다가 3월에는 전년도 대비 무려 87.6%가 줄었다. 이 상황은 단순히 극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제작, 투자 등 영화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제작, 배급뿐만 아니라 상영 분야에 대한 지원 대책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월 26일 코로나19 피해를 받은 영화관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 별도의 체납 가산금 없이 영화발전기금의 납부를 유예하고, 체납 가산금을 면제하기로 조치했다(매월 징수한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다음달 20일까지 납부하고, 미납할 경우 미납금액의 3% 가산세를 적용하는 게 현행 법안인데, 이번조치로 올해 발생한 부과금을 올해 말까지 가산세없이 지연 납부를 허용하기로 했다.-편집자). 하지만 극장은 영화발전기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사실 이 문제는 국회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을 손보지 않으면 풀기가 쉽지 않다.

=얘기한 대로 영화발전기금을 면제하려면 국회에서 영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나 전년도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의 영화관만 면제 사유에 해당되고 멀티플렉스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별도의 체납 가산금 없이 영화발전기금의 납부를 유예하고, 체납 가산금을 면제하기로 조치한 건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최선의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한 것이다. 법 개정은 다음 국회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리는 건 어려우니 행정 차원에서 시행령을 개정해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재정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극장도 극장이지만 당장 지원이 시급한 부분은 촬영현장에서 일하는 스탭들에 대한 고용 문제인데 이들의 고용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추경 같은 긴급 지원 예산을 편성할 계획은 없나.

=프로젝트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산업 특성상, 현장 인력들은 위기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영화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현장 인력 고용 문제도 해결되는 것이므로 추경이든 영화발전기금 변경이든 추가 재정 지원으로 영화산업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 영화산업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관객이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보고, 그렇게 되면 메인 투자·배급사의 영화 투자가 점점 축소되고, 지금과 같은 규모의 한국영화 또한 줄어들면서 도산하는 투자·배급사나 제작사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영화 투자와 제작이 위축될지도 모르는데, 정부는 어떤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나.

=그간 한국 영화산업이 극장시장 위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영화 관람 방식이 변화하면서 극장시장이 위축되고, 전체 영화산업에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플랫폼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대형 투자자가 될 수있고, 급성장하고 있는 OTT 시장에 한국영화가 진출함으로써 산업 전체적으로 한국영화 소비층이 확대되고, 산업 규모가 커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본력이 큰 외국의 OTT 기업에 국내 영화 제작·배급사들이 종속될 우려 또한 있다. 극장에 국한해 얘기해보면, 과거 TV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을 때 극장은 큰 위기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극장에서만 느낄수 있는 특별한 영화 체험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에 극장은 다시 살아났고, 이후 영화를 소비하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으로 남을 수 있었다. 현재의 상황이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는데, 결국 플랫폼이 무엇이든 간에 관건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변화하는 환경을 산업 성장의 토대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급변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와 제작이 위축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것이다. 특히 독립예술영화 지원, 한국영화아카데미를 포함한 영화 인력 양성 등 영화산업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또 모태펀드 영화계정(올해 모태펀드 영화계정 투자액은 240억원으로 지난해 80억원에 비해 160억원 증가했다.-편집자) 같은 한국영화 제작에 대한 투자 등 금융지원, 해외 진출 재정지원 확대, 영화 제작비의 세액감면, 독립예술영화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의 영화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쳐서 창의적인 콘텐츠에 대한 제작·투자가 활발해지고,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최근 CJ E&M과 JTBC가 합작 OTT 플랫폼을 준비하는 등 국내 OTT 사업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OTT 사업은 문체부 2020 업무보고에 보고된 주력업무인 ‘국내 OTT 플랫폼 준비’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데 정부는 국내 OTT 플랫폼을 어떻게 준비, 진행하고 있나.

=최근 OTT를 통한 문화콘텐츠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콘텐츠 소비 패턴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소비 총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같은 일부 글로벌 OTT의 인기 콘텐츠 순위에 한국 콘텐츠가 상위에 다수 오를 정도로 OTT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우수한 콘텐츠를 얼마나 보유 하고 있으냐에 달려 있는데, 그 점에서 국내 사업 자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현재 OTT 시장의 성장에 대응해 관계부처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콘텐츠 진흥 주무부처인 문 체부는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제작되어, 국내외 OTT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하는 부분에 좀더 집중할 계획이다.

-영화발전기금 입장권 부과금 징수가 2021년 12월 31일로 종료된다. 연장될지 여부는 국회가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만약의 경우를 위한 대비책이 있나.

=부과금을 주 수입으로 하는 영화발전기금은 그간 독립예술영화 지원, 인재양성, 영화 투자와 해외진출 지원 등을 통해 한국 영화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올해 영화산업 지원을 위한 기금 예산은 9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극장들과 영화계, 관객의 협조를 받아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해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할 수있었고, 이러한 영화지원 정책을 부러워하는 국 가도 많다. 영화발전기금 부과를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정부예산(국고)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지원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기때문에 영화기금 유지 여부는 영화계의 미래가 걸 린 중요한 결정이다. 투자, 제작, 상영 등 영화산업의 여러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문화산업 정책과 경영·경제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재정 당국과도 협의하여 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자면, 장관 업무를 시작한 지 약 1년이 지났는데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어떤 시간이었나.

=지난 1년은 하루하루가 정말 치열했던 것 같고 감회가 새롭다. 나를 포함한 문체부 직원 모두가 더 나은 문화, 체육, 관광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자 최선을 다한 1년이었다고 자부한다. 그 결과 부족한 면은 있었으나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 역대 최고 달성, 세계 7위 규모의 콘텐츠 시장과 신한류의 부상, 국민들의 문화소비 증가 등 지난 한해 여러 분야에서‘역대 최고’라는 뜻깊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최근 장관 업무가 고되어 장관이 된 걸 후회한 적은 없나. (웃음)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 장관은 해당 부처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무겁고 외로운 자리다. 하지만 문체부에서 차관까지 지낼 만큼 잔뼈가 굵었고, 대학에서도 문화정책과 예술경영을 연구했기 때문에 특별히 업무 자체가 어렵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문체부의 업무 분야가 넓고 깊고, 또 끊임없이 현장을 찾고 소통하다 보니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 채 1년이 지난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를 발빠르게 대응하고 안정적으로 수습하는 일이 문재인 정부의 4년차 역점 사업이 될 것같다.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에 큰 타격과 함께 국민들의 건강과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나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국정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 각 부처와 시도가 매일 총리님 주재로 중대본 회의를 하고 있고, 회의에서는 마스크 수급, 다중이용시설 방역과 같은 기본적인 방역관리에서부터 피해업계 애로 해소, 입국제한조치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모든 것을 철저히 점검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 특히 문체부가 국민소통 주무부처이기 때문에 중대본, 전 부처와 협업해 관련정보를 쉬운 콘텐츠로 제작, 제공하는 등 국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매일 아침 중대본 회의를 하면서 총리님과 나를 포함한 모두가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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