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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박승원 음악감독 - 온몸에 그을음이 묻어도 노래는 멈추지 않더라
조현나 사진 오계옥 2020-07-06

학규(이봉근)의 구슬픈 소리, ‘얼쑤!’ 하고 저절로 어깨춤을 추게 만드는 소리. 사라진 간난(이유리)을 찾아 나선 학규 일행을 따라가는 음악영화 <소리꾼>은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학규의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게 만든다. 국악을 전공한 박승원 음악감독은 “내가 잘 알고 있는 판소리를 어떻게 건드리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지만, 그게 전부 욕심이었음”을 깨닫고 “학규가 판소리로 진면목을 드러내는 부분은 손대지 말자”고 결정했다. 국악그룹 공명의 멤버인 그가 <소리꾼>에 합류하게 된 건 조정래 감독이 공명의 공연을 인상 깊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국악을 잘 모르는 관객도 연령 불문 즐겁게 관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조정래 감독의 바람을 담아 “밝고 편안한 선율 위주로 노래를 작곡했다”. 기타와 피아노를 베이스로 두되 유랑 신에서는 피리를, 납치와 결투 신에서는 북, 장구 등의 타악기를 연주했다. 대부분의 악기를 직접 연주했고, 대나무로 직접 만든 타악기 밤드럼(Bamdrum)도 사용했다. 그는 촬영현장의 소리를 잘 살리고 싶어 매번 세심하게 음을 체크하고, 음악과 관련된 촬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음악감독의 작업실에서 배우들이 연습을 하기도 했는데 “이유리 배우는 곽씨 부인 유언 대목을 위해 누워서 노래를 하기도 했다”고.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 횃불로 인해 온몸에서 그을음이 묻어나는 상황에서도 사력을 다해 노래하는 배우들을 보며, 그는 “공연장에선 느낄 수 없었던 영화 촬영 현장의 에너지”를 실감했다.

음대 진학을 꿈꾸던 박승원 음악감독은 고2 때 뒤늦게 피리를 배워 국악과에 진학했다. 창작 작업에 뜻을 두고 97년 국악그룹 ‘공명’을 창단했고 멤버들과 함께 직접 제작한 대나무 악기에도 똑같이 ‘공명’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 악기를 중심으로 공명만의 색이 뚜렷한 음악들을 작곡·연주해왔으며 현재는 “우리의 전통 음악·악기와 사운드디자인 작업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연구”하고 있다. “전통음악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시대에 맞는 옷을 갈아입힌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는 박승원 음악감독의 차기작은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와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의 새 연극 <화전가>다.

That's it

나무+용수철+스프링 “공연차 제주도에 갔을 때 바닷가에서 주운 나무와 용수철, 스프링을 엮어 만들었다. 여기에 센서를 연결해 소리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도, 축소할 수도 있다. 재료의 물성이 가진 고유의 음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Filmography

2019 <소리꾼> 2007 <가지의 하루> 2003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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