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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 이제훈 - 능청과 잔망의 미학
이주현 2020-11-05

<도굴>은 이제훈이라는 원더랜드를 마음껏 탐험하기 좋은 작품이다. 그곳에서 발견 가능한 진귀한 보물은 능수능란하게 표정을 바꾸는 이제훈의 춤추는 얼굴이다. 이제훈이 연기하는 캐릭터 강동구는 땅속 세계에 훤한 능청스러운 사기꾼이자 도굴꾼으로, 선한 얼굴로 유유히 문화재를 훔쳐 팔거나 배짱 좋게 고분과 왕릉을 도굴한다. 특기로는 상대방 약 올리는 재주가 있다. 한마디로 얄미운데 귀엽다. 이제훈은 강동구를 “능청스럽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으며 “이 친구와 함께라면 재밌는 일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파수꾼> <고지전> <박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사냥의 시간> 등 외곬 성향에 아웃사이더 기질의 인물을 주로 연기해온 그이기에 <도굴>에서 보여주는 능청과 잔망은 퍽 새롭다. 이건 ‘보통 사람’ 이제훈에게도 없는 성향이다.

<도굴> 현장이 특별히 즐겁고 신났던 것은 연기하며 느낀 해방감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예전엔 인물을 프레임에 가둬두는 걸 선호했다. 이 캐릭터는 여기서 이런 선택을 할 테니 거기서 벗어나면 안된다고 스스로 제약을 뒀다. 이번엔 나를 가둬둘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이제훈, 네가 하고 싶은 거다 해!’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다.” 처음으로 수염을 길러 “지저분해 보이는 얼굴”을 시도한 것도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상상만 했던 이미지를 실제로 구현할 때 주저하게 되는 측면이 있는데, <도굴>에서 한번 경험하고 나니 더 과감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도 이제훈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서 뛰는 이종격투기 선수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다. 절친한 동료 배우 박정민이 연출하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것이나, 지난해에 차린 본인의 영화사를 통해 제작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는 것 또한 이제훈에겐 재밌는 도전 중 하나다. 올해 안에 드라마 <모범택시> 촬영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내년에도 그의 다채로운 활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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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