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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위트홈' 송강 - "이젠 넷플릭스 로고만 봐도 반갑다"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20-12-3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로 ‘만찢남’의 계보를 이었던 송강은 뒤이어 <스위트홈>까지 찍으며 넷플릭스의 남자로 떠올랐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와 <스위트홈>의 현수 사이엔 태평양만큼의 거리감이 있지만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인 송강은 이질감 없이 사뿐히 극과 극의 캐릭터에 안착한다. 내면의 욕망에 사로잡혀 사람들이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스위트홈>의 세계에서 송강은 괴물화가 진행 중인 고등학생 현수를 연기한다. 송강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선 <스위트홈>을 찍으며 했던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송강과 나눈 긴 이야기를 최대한 살려 전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이 공개된 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도 많이 늘었다. 인기를 실감하나.

=잘 모르겠다. 체감하는 변화는 SNS 팔로워 수 정도? 팔로워 수가 늘면서 ‘아, <좋아하면 울리는>이 잘 됐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좋아하면 울리는> 때 넷플릭스에서 팬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다. 그때 작품의 인기를 체감했던 것 같다.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 2 그리고 <스위트홈>까지, ‘넷플릭스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이젠 넷플릭스 관계자들을 보면 반갑다.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함으로써 해외에서도 나를 많이 알아봐주시는데, 그런 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괜히 넷플릭스 로고만 떠도 반갑다. 인사할 때도 자연스럽게 ‘See you on Netflix’가 나온다. (웃음)

-괴수영화나 좀비물은 좋아하나.

=귀신영화나 스릴러는 무서워서 잘 못 보는데 좀비영화는 잘 본다. <워킹 데드> 시리즈도 자주 봤다. 좀비영화는 이불 덮고 보면 이불이 나를 지켜줄 것 같은데, 귀신영화는 이불 안에서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로맨스 좋아한다. 유치한 로맨스, 하이틴 로맨스를 보면 힐링도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잔잔한 드라마와 달리 액션, 스릴러, 공포 등 장르영화를 찍을 때 배우로서 느끼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스위트홈>은 재밌으면서도 부담이 큰 작품이었다. 그냥 현수와 환영 현수, 서로 다른 두 가지 모습을 연기하는 게 부담됐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는데, 심플하게 가장 악한 존재와 가장 순수한 존재로 각각의 특징을 최대치로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현수 안에 괴물화를 부추기는 또다른 현수가 존재하는 것처럼, 실제 본인 안에도 서로 다른 ‘나’가 존재한다고 느낄 때가 있나.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선하고 밝은 모습도 있고, 예민하고 어두운 모습도 있고. 누구에게나 그런 모습이 존재하지 않나 싶다. 현수를 연기할 때도 그런 내 안의 모습을 생각하며 표현하려 했다.

-<좋아하면 울리는> 때는 90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스위트홈>의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이응복 감독님이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감독님과 친하다. 두분이서 같이 밥을 먹다가 이응복 감독님이 괜찮은 배우 좀 소개해달라 했고 이나정 감독님이 나를 추천하셨다고 들었다. 그렇게 감독님과 미팅을 했고,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 일종의 즉흥연기를 했다. 현수가 몇개의 통장을 들고 가족 장례식장에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었다. 물티슈를 주시면서 ‘이게 통장이다 생각하고 해봐라’ 하셨고 그 상황을 연기했다.

-오디션 볼 땐 자신의 어떤 매력을 드러내려 하나.

=오버한다고 매력이 더 드러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 모습이 자신감 있어 보인다고 느끼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긴장을 많이 한다고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이 다 내 모습이구나 하고 오디션에 임한다.

-<스위트홈>의 원작 웹툰은 사전에 읽었나.

=웹툰을 즐겨보진 않는데, <스위트홈>은 재밌게 본 작품이었고 이 웹툰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떨렸다. 연기할 땐 원작을 참고는 하되 그 안에 완전히 갇히지 않으려고 했다. 어느 정도 참고만 하고 나머지 부분은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위트홈>은 특히나 크리처 장르이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대사 암기력은 좋은 편인가.

=나쁘진 않은 것 같다. 하루 종일 대본만 보고 있으니까. 중요한 건 대사를 잘 외우는 게 아니라 잘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현수는 10대의 은둔형 외톨이로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홀로 철거 직전의 그린홈에 이사온다. 현수의 상황과 감정에 이입하기는 어땠나.

=집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성격 면에선 현수와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학교에선 따돌림을 당하고, 자살을 결심했다가 괴물화가 진행되고, 이 모든 상황이 결코 평범하진 않다. 상상을 정말 많이 했다. 현수는 어떤 감정이고 어떤 상태일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선 자연스럽게 현수에게 이입됐던 것 같다.

-현수는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데, 그러한 목소리 또한 현수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법이란 생각이 든다.

=발성이나 톤에 대해 따로 준비하진 않았다.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에만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표현이 나온 것 같다. <스위트홈>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건 캐릭터의 표정과 감정이었다. 현수의 감정만 해도 무척 폭발적이고 극적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잘 따라가려 했다.

-극단적으로 클로즈업된 현수의 눈과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배우들의 눈을 유심히 본다. 그런데 막상 내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찍힌다니까 부담스럽더라. 그런데 눈동자를 살짝만 돌려도 감정이 달라지고, 정말 눈빛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래서 눈빛 연기가 중요하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집에서 거울 보며 표정 연습을 하나.

=이제는 거울 보고 표정 짓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컴퓨터게임을 하다가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다면 게임이 끝난 뒤 거울을 보고 그 표정을 다시 지어보는 식이다. 컴퓨터 옆에 항상 거울이 있다. 슬픈 영화를 보다가 울면, 내가 어떻게 우나 하고 거울을 들여다본다. 이제는 나를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됐다.

-눈이 큰 사람들이 감정을 잘 못 속인다고 하는데.

=그래서 거짓말도 잘 못한다. 정말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땐 무표정하게 있으려 한다. 땅을 쳐다보면서. (웃음)

-<스위트홈>의 현수는 더벅머리에 슬리퍼에 트레이닝 복장으로 등장한다.

=현수를 딱 봤을 때 전체적으로 은둔형 외톨이로서의 느낌이 났으면 했다. 디테일한 부분 중 내가 낸 아이디어는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 거였다. 처음엔 평범하게 같은 양말을 신고 리허설을 했는데 왠지 짝짝이로 신으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감독님에게 여쭤봤는데 감독님도 좋다고 하셨다.

-코피를 철철 쏟는 장면들이 있다. 그건 어떻게 찍은 건가.

=얇은 호스를 코에 연결해서 피가 물 흐르듯 나오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비염이 있어서인지 처음엔 힘들더라. 호스가 코를 건드리니 자꾸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났다. 코마개로 코를 막고 촬영했더니 괜찮아지더라. <스위트홈>으로 처음 경험해본 게 많았다. 특수분장의 세계도, 괴물들을 보면서 연기하는 것도, CG를 통해 현수의 눈이 까맣게 변하는 걸 확인하는 것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현수의 눈이 까매지는 걸 볼 땐 섬뜩하면서도 귀여웠다. (웃음)

-괴물과 싸울 때 막대걸레의 봉에 칼을 단 무기를 든다. 현수의 무기엔 만족하나.

=웹툰의 이 무기를 어떻게 현실에서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정말 똑같이 만들어주셨다. 실제로 버튼을 누르면 전기가 파바밧 터져나왔다. 너무 신기하고 마음에 들어서 소장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소장은 안된다더라. 대부분의 액션은 직접 소화했다. 그런데 심하진 않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다. 2층 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엄청 무서웠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어떻게 뛰어내렸나 싶다.

-출연배우들이 많아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을 것 같다. 이번에 함께 연기하면서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현장을 정말 좋아한다. 현장에 가면 대기실에 앉아 있지 않고 무조건 촬영장에서 현장의 기운을 느낀다. 지방 세트장에서 긴 시간 함께 생활하다 보니 배우들과는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들 기억에 남지만, 김성철 형과 같이 연기할 때가 기억이 난다. 나를 나쁜 존재로 변신시키려는 인물인데,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더 긴 호흡으로 같이 연기하고 싶다.

-이응복 감독에게 들었던 칭찬이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뭔가.

=희로애락 중 ‘애’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다른 감정보다 슬픔을 잘 표현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머지 감정도 더 잘 채워나가야겠구나 싶었다. 아! 눈이 참 좋다고도 하셨다. 얼굴 중에 눈이 가장 좋다고. 배우로서 나의 장점은 뭘까 생각을 많이 하던 시기에 주변에서 그런 얘기들을 들으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눈의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루테인을 매일 챙겨 먹고 있다. (웃음)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늘 있었을 것 같은데.

=연기를 시작하면서 주변에 너무나 잘 생기고 멋있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됐다. 나는 그저 평범한 것 같다. 얼굴 중에서 눈이 좋다고 하니, 눈을 잘 살려 연기해야겠다. (웃음)

-<스위트홈>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작품을 본 사람들이 그냥 현수와 환영 현수가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톰 하디가 1인2역으로 출연하는 영화 <레전드>를 보면 두 캐릭터가 정말 다른 사람같이 느껴지지 않나. <스위트홈>의 현수도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다. 8~9개월 동안 <스위트홈>을 찍으면서 부담이 정말 컸다. 폭발적이고 극적인 감정신들을 촬영하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힘든 와중에도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지는 순간엔 희열을 느꼈다. 촬영을 끝내고 나서는 마음속에서 변화된 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의 깊이가 전보다 더 깊어진 것 같다고 할까. 그런 모든 것이 희열이었다. 많은 것을 배운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일기도 참 많이 썼다.

-일기를 자주 쓰나.

=이제는 습관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때의 기분을 쓸 때도 있고, 저녁에 그날 배운 것들을 쓸 때도 있고.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쓴다. 일기를 쓰는 게 의외로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기분이 울적할 때 예전에 썼던 일기를 들춰보면 새로운 기분이 든다. 일기도 일종의 자기계발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 계발하는 걸 좋아한다. 책도 많이 읽으려 하고. 요즘은 추리 소설에 빠져 있다.

-현재 드라마 <나빌레라>를 촬영 중이다. 여기선 발레리노 채록을 연기한다.

=전에는 춤이란 걸 춰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춤을 배웠다. 연습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열심히 연습했다. 턴 연습을 하루 종일 하고 집에 가면 머리가 어지럽더라. 기본적으로 3~4년은 해야 태가 난다고 하던데, 좋은 표정과 선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도 내년에 공개된다.

=선오에 대한 나의 애정은 정말 깊다. 선오가 탔던 차만 봐도 선오 생각이 나고, 다시 선오를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슬퍼지기도 하고. 시즌2에 들어가기 전 시즌1을 매일 봤다. 시즌2에선 더 성숙해진 선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영화 출연작은 없는데, 영화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타이타닉>을 보면서 연기의 꿈을 키웠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꼭 영화도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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