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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조병규 - 레벨 업의 비밀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21-01-14

<SKY 캐슬>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까지 3연속 흥행이다. 작품에서의 지분도 점차 늘어나 조병규는 <경이로운 소문>에서 메인 캐릭터로 우뚝 섰다. <경이로운 소문>의 소문이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악귀 잡는 카운터로 특채 선발되면서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주는 선하고 의로운 고등학생이다.

촬영이 거듭될수록 소문이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그는 “예전엔 날이 서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웃는다”라며 소문이를 만난 것에 행복해했다. 소문이의 이름 앞에 ‘경이로운’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처럼, 자신의 이름 앞에도 수식어를 붙이면 뭐가 좋겠냐는 물음엔 “‘그냥’이 좋은 것 같다. 그냥 조병규!”라고 답했다. 고착화된 수식이 아닌 자유로운 상태를 원하는 그에게 <경이로운 소문>은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줬다.

-<경이로운 소문>에는 어떻게 인연이 닿아 출연하게 됐나.

=캐스팅되기 두달쯤 전인가, 소속사를 통해 유선동 감독님이 날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후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이제 다른 작품을 알아봐야 하는 건가 하던 찰나 연락이 왔다. 감독님과 만나서 작품 얘기는 15분 정도 했나? 나머지 2시간15분 동안은 좋아하는 가수며 좋아하는 클래식과 작가 얘기 등을 한참 나눴다. 단기간에 깊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캐스팅 결과를 떠나서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고, 이분과 작품을 하면 모든 걸 바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감독님도 비슷한 걸 느꼈다고 하더라. 그 후론 거칠 것이 없었다. 어느 현장에선 자의식 때문에 하지 못할 연기를 여기선 감독님을 믿고 밀어붙이기도 했다.

-이전에도 ‘쫄지 않고’ 거침없이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경이로운 소문>에선 기술적으로도 정교해지고 감정적으로도 더 깊어진 게 보인다. 소문이 처럼 레벨 업한 것 같달까.

=<경이로운 소문>은 소문이가 부모를 만나는 여정 속에서 카운터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다. 소문이의 마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드라마기 때문에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을 수밖에 없었다. 기능적 캐릭터를 연기할 땐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톤이나 요구에 맞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런 역할도 중요하고 그런 연기도 필요하다. 그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레벨 업된 부분도 있을 거고. 내가 원래 가진 것들과 꽁꽁 싸매온 연기에 대한 욕심이 <경이로운 소문>을 만나 가감 없이 표출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문이를 연기하게 됐을 때 가장 기대됐던 것 혹은 가장 걱정됐던 것은 무엇이었나.

=감독님에게도 말씀드렸다. 초월적인 힘이나 악귀 같은 요소는 요즘 시대에 판타지 같지 않다. 나는 오히려 소문이의 성격이 판타지 같다고 생각했다. 소문이는 어릴 적 큰 트라우마를 겪었고 몸도 불편하다. 그런데도 친구를 위해 모두가 두려워하는 학교의 일진과 맞선다. 그런 말도 안되는 소문이의 성격을 연기하는게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소문이를 이해해보려고 지팡이를 들고 두세 시간 강남 일대를 걸어다녀도 보았다. 불편한 걸음걸이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을 경험했다. “어쩌다 저렇게 됐대~” 하고 수군대는 말도 들었다. 소문이는 오랜 시간 이런 시선과 말에 노출됐을 텐데, 어떻게 이처럼 구김 없이 밝은 성격을 가질 수 있었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소문이의 성격과 상황을 체화하려고 별의별 노력을 다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소문이가 처음으로 지팡이 없이 걷다가 질주하는 장면은 꽤 뭉클했다.

=초반에 정말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했다. 혈기왕성한 시기에, 막 뛰어다녀야 할 나이에 그러지 못하고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러니 다리가 완치됐다고 느낀 순간 멈추지 못할 것 같았다.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했다.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색맹 교정 안경을 처음 쓴 친구의 영상을 보게 됐는데, 그 감격에 겨운 표정에서도 연기의 깨달음을 얻었다.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소문이의 표정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전력 질주부터 고공 점프, 돌려차기 등 액션 분량도 상당하다.

=사실 싸우는 걸 싫어한다. (웃음) 어렸을 때 축구 같은 동적인 활동을 많이 해서인지 지금은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의 드라마적인 부분에 매료됐지 액션 때문에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촬영 전 10kg을 뺐는데, 지금은 거기서 2kg이 더 빠졌다. 액션 분량도 많고, 감정적으로 소모가 큰 연기가 많아서인 것 같다.

-유준상 배우와 아버지 역의 전석호 배우를 고루 닮았다는 반응이 있다.

=석호 형과 <걸캅스>를 함께 찍었는데, 그때도 닮았다는 얘기를 꽤 들었다. 둘 다 눈썹도 진하고, 눈매랑 얼굴 윗부분이 닮은 것 같다. 준상이 형과도 투숏을 찍으면 닮은 느낌이 든다. 가모탁(유준상)이 소문이를 보고 “이 새끼 왜 이렇게 낯이 익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사가 복선 아니냐, 소문이가 가모탁 아들 아니냐는 시청자 댓글도 있었다. (웃음)

-파이팅 넘치는 현장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유준상, 염혜란, 김세정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준상이 형은 대들보 같은 존재다. 학교에서 배웠던 이상적인 배우상이 현실에선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준상이 형은 그런 배우가 실재한다는 걸 증명해줬다. 좋은 선배의 표본이다. 준상이 형도 나한테서 얻는 게 있긴 할 거다. 50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트렌디해진 데는 내 노력이 80%가 아닐지. (웃음) 혜란 선배 연기하는 거 보면서 ‘연기는 저렇게 하는건데’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여사님(염혜란)한테 어떻게 연기하느냐고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물으면 안 알려준다. 진지하게 물어보는데 내가 장난친다고 생각하는지 쑥스러워하며 “저리 좀 가~ 너 잘하잖아” 그러고 만다. 이번 기회에 좀 알려주셨으면 한다. 세정이는 보석 같은 친구다. 도하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그려낸다. 세정이한테도 물어봤다. 연기 선생님이 따로 있냐고. 노래, 춤, 작사, 작곡 그리고 연기까지, 그 재능이 부럽고 감탄스럽다. 다들 연기를 잘해서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2021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한참을 고민하다) 너무 거창한가? <경이로운 소문> 같은 작품을 ‘또’ 할 수 있었으면. 그게 나의 바람이자 목표다. 이 작품을 하면서 오직 행복한 순간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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