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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이효제, 내 연기를 찾아 가기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21-09-08

좀처럼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소년. <좋은 사람>에서 이효제가 연기한 세익은 있는 듯 없는 듯 티가 잘 나지 않는 고등학생이다. 학교에서 지갑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무엇을 했는지 모두 써내라는 선생님(김태훈)의 요구에도 세익은 억울해하거나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는커녕 교실 문을 세게 닫고 나가는 행동만으로 억울한 감정을 대신 표현한다. 소지섭(<사도>), 강동원(<검은 사제들> <가려진 시간>), 박해일(<덕혜옹주>) 등의 아역을 맡았을 때 보여준 앳된 얼굴은 온데간데없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훌쩍 자란 이효제를 전작 <>(2018) 이후 3년 만에 만났다.

-이제 열여덟살인가.

=아역 시절 함께 작업했던 스탭들을 만나면 ‘많이 컸다’는 얘기를 한다. 옛날 스틸을 보면 ‘이렇게 생겼었구나’ 싶으면서도 ‘이날 촬영할 때 많이 더웠었지’ 하며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좋은 사람>에서 연기한 세익과 실제 나이가 같지 않나.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갈 때 이 영화를 찍었으니 세익과 같은 나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세익을 어떤 인물로 보았나.

=되게 조용한 성격인데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고 그게 특별하다기보다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학생으로 보았다.

-세익은 말을 먼저 건네거나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데.

=영화에서 세익이 웃는 모습이 단 한 장면도 없다. 어린 나이에 많은 시련을 겪었을 것 같고,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데다 거짓말로 자신의 속내를 감추려고 하는 인물. 실제 내 모습에서 그러한 면모를 찾아내려고 많이 노력했다.

-영화 내내 세익에게 일어나는 상황이 안타깝고 연민이 가는 것도 그래서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세익의 과거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안 계셔서 큰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큰어머니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 같다. 큰어머니에게 폐 끼치지 않기 위해 집을 나가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을 거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많고, 때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남을 속여야 하는 일도 생겼을 것이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감정을 많이 드러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 같다. 시나리오에는 세익을 두고 싹싹한 면은 없지만 되게 우직하다는 묘사가 지문으로 따로 표기되어 있다.

-세익은 어린 나이에 생존 방식을 터득하면서 나이에 비해 성숙해진 것 같다. 세익과 다른 환경이지만, 어릴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숙해져야 했다는 점에서 세익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아역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사회생활을 하다가 중학교 1학년 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연기뿐만 아니라 모든 게 귀찮아졌다. 짜증도 많이 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철이 들었다는 느낌이 오더라.

-그때 어떤 변화를 겪었나.

=어릴 때는 역할에 대한 큰 고민 없이 감독님이 주문하는 것만 준비하고 현장에 가곤 했다. 심지어 드라마는 촬영 일정이 빡빡해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주문을 따로 안 주는 감독님도 계신다. 성장하면서 남이 시키는 것만 해서는 안되는구나 싶었다. ‘내가 좀더 발전해야겠다, 내 연기를 만들어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영화에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나.

=감독님께서 내 생각을 존중해주셨다. 촬영 전에 자주 만나 세익이 어떤 학생인지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세익과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가 보여주지 않는 상황까지 감독님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세익을 만들어갔던 것 같다. 선생님이 세익에게 반에서 지갑이 도난된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빠짐없이 쓰라고 말하는 영화의 초반부에서 세익이 백지를 제출한 뒤 발걸음을 쿵쿵거리며 교실 문을 세게 닫고 나가는 장면도 내 생각이 적극 반영됐다. 세익이 화가 난 상태를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다. <좋은 사람>은 배우로서 많은 걸 얻었고, 성장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세익이 겪은 일은 앞으로 세익이 살아가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사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세익의 과거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했지만 그의 미래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과거 사건이 지금의 세익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듯이 이 사건을 통해 세익이 좀더 성장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익은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이 아니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영화에서 벌어진 상황만 보면 세익은 나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고 실행한다는 점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출연 중인데.

=김선영 선배님의 아들 역할로 출연한다는 얘기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어릴 때는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도전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져서 좋다. 연기 스펙트럼을 더 넓히고 싶고, 부담감을 안고 열심히,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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