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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하마구치 류스케에 접속하기
이주현 2022-04-29

디즈니+에서 공개되는 <스케치북>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유명한 김상진, <겨울왕국2>의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로 잘 알려진 이현민, 두명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도 출연한다. LA 통신원이 진행한 이들의 인터뷰에서 눈길을 끈 건, 드로잉 스타일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문에 두 사람의 답변이 서로 달랐다는 거다. 이를테면 거침없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성격도 거침없을까? 섬세하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성격도 섬세할까? 김상진 애니메이터는 ‘그렇지 않다’고,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스타일은 연습과 훈련의 결과물일까, 성격의 반영일까? 이 질문을 고스란히 글쓰기에도 대입해볼 수 있다. 세심하게 단어를 고르는 사람은 성격도 세심할까? 중언부언 글을 쓰는 사람은 성격도 부산할까? 글을 길게 쓰는 사람은 말도 많을까? 도덕적인 글을 쓰는 사람은 도덕적일까? 주변의 글 쓰는 사람들 얼굴을 곰곰이 떠올려본다. 음…. 정말 모르겠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를 만든 사람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독자가 글 너머의 필자를 궁금해하듯 영화기자들은 영화 너머의 창작자들을 궁금해한다. 영화와 감독의 상관관계를 짚어내려 애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그로부터 4개월 뒤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로 각본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지난해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본 뒤 깊은 여운을 안고 하마구치 감독을 인터뷰하러 갔을 때, 피곤함을 잠재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조용히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그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천재의 아우라보다는 호기심 많은 관찰자 혹은 착실한 모범생의 이미지. 그의 영화들이 오랜 리허설과 워크숍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연상 가능한 이미지이기도 하다. 하마구치 영화의 핵심 중 하나는 대화인데, 그의 영화 속 대화 장면이 특별한 배경은 임수연 기자가 쓴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아마도 그가 듣기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아는 세심한 청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를 통해 국내 영화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단편 옴니버스 영화 <우연과 상상>이 곧 개봉한다. 이번주엔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기사를 준비했다. 그의 영화 세계에 깊이 접속하고 싶은 이들에게 흥미롭게 가닿는 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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