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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선거
2002-11-23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에서는 정치와 관련된 해프닝들이 심심하지 않게 벌어져왔다. 영화의 바다는 한편으로 표의 바다다. 표심 낚기가 최대 과제인 어부들이 이곳을 무시하기는 어려우리라. 그들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를 영화제쪽은 고심해왔다. 아니, 그것보다는 이것은 순수한 영화행사이므로 무대에는 영화인들만 올라갑니다, 같은 원칙을 납득시키기 위해 고심해왔다. 어떤 행사장에 가든 내빈소개시간이 짧지 않게 배정되어 있는 게 일반적이어서, 이곳의 문화는 좀 다르다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영화제와 정치의 사소한, 그러나 꽤 신경쓰였을 갈등은 그런 대로 진정됐거나 잠복기에 들어간 듯 보인 올해도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이 개막식장을 찾았다. 개막날이 지난 뒤, 다음에 아무아무 행사를 할 때 참관하겠노라고 미리 알려왔다는 예비후보도 있었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영화와 영화인, 그리고 관객이라는 관습법이 인정돼가고 있는 셈이다. 거론하는 게 새삼스럽고, 쑥스럽기는 하다. 이런 자리에는 영화와 문화에 관한 애정고백을 강요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떠돌게 마련이다. 그것이 차기정부의 영화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좋겠고.

그 세례를 자청해온 후보들에게 영화제와 관련한 작은 선물꾸러미가 마침 생겨났다. 부산을 방문한 미국의 영화학자 데이비드 보드웰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영화제에서 미국의 극장가에서는 포착하기 어려운 현대영화의 다양한 측면을 섭렵하는 기회를 제공받아왔노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제(들)가 거대한 메이저 시장에 대항해 상업적 구조가 배제하는 영화들을 생존발전시키는 측면을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그것은 스크린쿼터 사안으로 뭉친 한국 영화계가 최근 몇년간 화두로 삼아온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영화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영화제는 모판일 뿐이다. 모종을 할 땅이, 흙이 필요하다. 너무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우리의 인터뷰 손님께 사과하면서, 다시 짜깁기해 인용하자면 관객이 없는 민족 영화는 공허한 것이다. 영화정책의 수립에 앞서 제시하는 원칙론이 말하자면, 앞서 말한 선물의 내용물이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씨네21>이 대통령 후보들에게 영화에 관한 견해와 태도와 정책을 묻는 인터뷰를 청했다. 선거 한 주일 전에야 끝나게 될 이 시리즈가 ‘나의 한표’를 행사하는 데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