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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가
2002-12-03

편집장이 독자에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씨네21>과 그 언저리는 평균 이하의 생존조건이 강요되는 분라쿠 아니면, 인간이상- 감히 초인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의 괴력이 발휘되는 올림푸스 산상이거나 둘 중 하나다. 현지로 내려가 매일매일 <씨네21 PIFF 2002 DAILY>를 만들어내는 기지와 제작진의 노고가 우선 제일 크다. 더구나, 데일리 마지막호 원고를 넘기는 즉시, 이 잡지의 부산발 기사를 써서 올려보내야 하는 이들이 시간과 경주하는 모습은 직접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서울, `본사`에 남아 그들의 공백을 메우는 쪽의 노동강도도 무슨 계측기로 재본 바는 없지만 만만치 않다. 밤과 싸우는 일은 다시 인쇄와 제본을 담당하는, 얼굴도 모르는 고마운 인쇄노동자들께로 전파된다.

이런 와중에 <죽어도 좋아>의 두 주인공들의 표지출연이 어렵다는 소식이 왔다. <집으로..>의 할머니가 언론에 노출된 뒤 겪은 여러 어려움을 이번 주인공들께 안길 수는 없다고 감독과 제작사가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구나, 가슴으로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두 주인공께서 모든 이들의 배려와 염려를 잼재우고, 우리들의 사랑법을 당당히 들려주시겠다며 <씨네21>로 찾아오셨다. 영화 속에서 우리처럼 사랑을 하고, 표현하며 살라던 주인공들은 영화 밖에서도 삶과 사랑의 힘을 예찬하고, 그런 영화를 옹호하는 예술가들이었다. 감사드린다. 인생관과 예술관뿐 아니라 그 재미난 이야기에도.

바쁜 일정을 쪼개, <씨네21>과 마주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손님들께도 감사를 드려야겠다. 기억과 지면에 남게 될 영화말고, 우리가 수확한 것이 있다면 이 귀한 만남들이다. 도널드 리치 뉴커런츠 심사위원장과 광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임재철씨, 두 평론가의 대담을 먼저 싣는다. 미국의 영화학자 데이비드 보드웰과 그가 영화언어의 혁신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한 홍상수 감독의 만남 등은 다음호로 그 중계를 미뤄놓았다. 다음호도 기다리세요라고 권주가를 부르기도 전 <씨네21>은 기대감에 먼저 취해있다.

취중에도 할 일은 남아 있다. 다시 대학입시의 철이 왔다. 입시가이드를 보내드며, 무엇보다 입시관문을 통과해올 미래의 영화인들을 맞이하는 대학이 충실한 교육으로 그들에게 답해주길 발나다. 아울러, 초.중.고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영상교육의 틀을 마련하기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