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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한 개인이나 집단에 시간이 늘 동일하게 감각되는 것은 아니다. <씨네21>에 지난 한달은 통상성을 뛰어넘는 응축과 확장의 느낌을 동시에 준 시기였다. 그 사이에 3중의 변화가 있었다.

<씨네21>이 한겨레신문사의 품을 떠나 2003년 8월1일자로 ‘씨네21주식회사’라는 독립법인이 되었다. 1995년 창간 이래 맞이한 최대의 변화로, <씨네21>이 미디어로서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다양하게 펼쳐보자는 의지의 소산이다.

이에 맞추어 한동헌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본사와 아무런 연고없이 순수 공모를 통해 초빙되었는데, 학문적 배경과 대기업의 첨단-중추분야에서의 경력, 문화계의 오랜 연고를 겸비했고 심지어 김광석의 <나의 노래> 작곡자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리고 편집장이 바뀌었다. 편집장으로서의 3년을 포함, 도합 5년간 <씨네21>에 헌신했던 허문영 전 편집장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분사를 한달 앞둔 시점에 사직했다. 아마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보라는 뜻이었을 터이나, 한국 영화문화가 배출한 시네필의 한 정점이 이곳에 남긴 자취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씨네21>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따뜻한 작별 인사들 가운데 “어디에 가시건, 허문영님은 허문영님 그 자체겠지요”라는 말은 우리의 확신과 일치한다.

직무대행으로서 이 난에 3주 동안 등장했던 본인이 8월1일부터 신임 편집장을 맡게 되었다. <씨네21>이 링크시키는 세상의 인연들에게 즐거운 여정의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모든 과정은, 어느 경솔한 해석가의 말처럼 <씨네21>이 문화를 버리고 산업을 택하는 맥락 위에 있지 않다. 오히려 <씨네21>은 처음부터 철저하게 대중상품으로 출발했으며 동시에 대중문화를 재정의하고 그 소통 형식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문화냐 산업이냐, 식의 이분법이 아니라 ‘문화산업’의 총체성과 역동성을 고민한 것이 한겨레신문사와 조선희 초대 편집장의 공로이자 <씨네21>의 성공 비결이었다고 믿는다. 이는 새롭게 출범하는 씨네21주식회사에서도 유지하고 확장해나갈 원칙이다. 그것이 바로 <씨네21>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물결 위에 올라탄 <씨네21> 사람들은 의외로 편안하고 경쾌해 보인다. 변화를 삶의 즐거움과 완벽성에 필요조건으로 여기는 태도.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씨네21>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독자님들로부터 배웠고 배울 바가 아닌가 한다.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