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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는 왜 가미가제가 됐을까
2001-06-21

편집자

가 일본에서 <철도원>의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의 <호타루>에 이어 흥행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 매주 들려온다. 안동에서 일부분 촬영을 해간 영화다. 역시 <철도원>에 나온 다카구라 겐이 2차대전 말 특공대로 전사한 ‘조선인 전우’의 가족을 만나러 온 장면이었다. 전쟁에서 희생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일간의 화해를 꾀하겠노라, 감독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갔었다.

개봉 직전, <호타루>는 한국언론의 도쿄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가졌다 했다. 두 나라의 화해를 위해 이 영화를 한국에서 상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제작사 쪽에서 밝혔다고도 했다. 주인공의 전우의 신원도 파악됐다. 창씨 개명한 이름은 가네야마, 본명은 김성재, 장교였다. 장교였으니 강제징용된 건 분명 아니다. 가네야마는 출격전, “나는 일본제국주의가 아니라 조국의 가족과 애인을 위해 적함을 격침시키겠다”는 대사를 남겼다 했다. <한겨레> 도쿄발 기사는 그렇지 않아도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으로 민감해진 한국사회가 이런 정서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김성재는 그런데 어쩌다 가미가제 특공대에 들어갔는지 궁금해졌다. <한겨레>의 도쿄 특파원 오태규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한국인 김성재가 왜 가미가제 특공대원이 됐는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가 출격하기 전에 일본제국주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의 부모와 (일본인) 애인을 위해 출격한다는 점을 말하고(기사에서 이미 밝혔듯),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 정도”라는 답이 왔다.

극히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그러나 이 주인공이 그때의 ‘내선일체’ 정책에 동조하는 인물이었으리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일본제국주의” 운운하는 대사는 점령국 일본과 ‘조국’의 이해를 하나로 보는 뒷대사에 비추어볼 때 그다지 의미없이 들린다. 일제 때 자원병 모집을 위해 제작된 <너와 나> 같은 친일영화, <젊은 모습> 같은 군국주의 영화의 주인공들과 김성재는 분명 피가 같아 보였다. 이 무슨 시대 착오람. 화해의 시방서치고는 근본이 불안하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현해탄 건너 한갖 그림자에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긴 한다. 변명을 하자면, 이쪽을 향해 날갯짓을 준비한다는 그 반딧불이(호타루)가 진짜 화해의 전령인지 어쩐지 궁금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