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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관하여
2001-11-02

편집자

영화평론가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급히 글을 보내주었다. <고양이를 부탁해>와 <나비>가 개봉 이틀만에 스크린에서 퇴장당한 요즘의 사태를 ‘좌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영화가 그동안 외부를 향해 ‘문화적 종 다양성’을 지키는 데 스크린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설득해왔는데, 내부적으로는 그 다양성을 추구할 수 없다는 그의 비판과 절망은 최근 여러 자리에서 산발적으로 들려왔었다.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한국영화 관객의 수를 늘려놓는 동안, 대안영화 또는 예술영화가 디디고 설 좁은 땅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흥행폭발을 일으킨 <조폭마누라>와 <고양이를 부탁해>의 참담한 현실이 보여준 극단적 대비는 그러한 한국영화의 경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당신들의 근심은 문화적 특권의식의 발로일 뿐이라는 역비판도 있다. 대중이 옹호하는 영화에는 그럴만한 이유와 미덕이 있는 법이니 그것을 발견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권하는 이도 있다. 맞다. 수백만의 관객들이 영화의 무엇에, 어디에 공명하는가를 듣는 일은 언제나 중요하다. 때로는 영화가 보이고, 때로는 거기 비친 시대와 사회가 보인다. 문화적 귀족주의와 특권의식이 평론가, 당신 내부에 있다면 수시로 털어낼 일이다. 그러나 가짜와 진짜, 미와 추, 낡은 것과 새 것을 감지해내는 일은 특권이 아니라 업무다.

그것 말고도 지금 따로 시작해야할 이야기는 분명히 있다.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자본은 계속해서 충무로로 흘러들고, 멀티플렉스가 전국의 대도시에 속속 들어서는데 고양이와 나비는 어디서 관객을 만날 것인가. 취향의 획일화를 막고, 다양한 사고를 담아내는 영화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것을 가능케할 관객은 어떻게 구할 것인가.

이것은 한국영화산업을 공격하는 구호가 아니다. 자국관객의 애정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획득한 한국영화가 이제, 그 품에 다양한 발언과 세계를 품는 법을 찾아낼 때가 되었다는 얘기다. ‘한국영화의 종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토론이 필요하다. 김소영 교수의 긴급제언이 긴급한 메아리를 찾고 있다.

정말 내일이면 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