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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유감
2001-03-06

“동철, 저 사람들을 1세대 영화광이라고 할 수 있어?” 마감을 끝내고 나서 두어 시간 ‘대화와 맥주’로 목을 축이고 돌아온 허문영이 던진 질문. “영화를 좋아한 사람들이 그 전에도 있기야 했죠. 그렇지만, 세대라고 부를 만큼 많은 수가 일제히 영화에 탐닉하지는 않았으니까….” “시네마테크는 없었어도, 프랑스문화원이니 독일문화원에서 고전과 걸작들을 열정적으로 찾아보며 집단적으로 환호하고 토론하고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정말 시네마테크는 없었어도 이들이 모여 자신들의 영화와 성장하던 그때부터 한국영화의 새물결은 준비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잡담인 척, 몇마디 주고받다가 <씨네21>은 290호 특집의 주인공들을, 아니 그들의 무리를 ‘1세대 영화광’이라 부르기로 한다. 2월 두 번째 주말, 토요일 새벽 5시.

영화감독 김홍준씨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결정된 뒤, <씨네21>은 김 감독이 정성일 전주국제영화제의 초대프로그래머와 마주앉은 그림을 생각했다. 영화 곁에 함께 앉아 벌이는 정담의 주제를 그렇다고 꼭 두 영화제로 한정할 필요는 없겠다, 급격한 변화의 가운데 있는 한국의 영화와 영화 그 자체를 애정깊은 시선으로 해부해본다면, 분명 이 시점에 우리의 생각이 내려앉을 몇개의 착지점들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그 ‘우리’ 속에 ‘영화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씨네21>이라는 우리가 임의로 포함시켰다.

손님을 초청하는 동안, 정성일씨에게 변화가 생겼다. 전주영화제를 떠난 것이다. 영화제 탐방이 주목적은 아니었으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물론 그건 절대 아니다. 깊이있고 집중력 있는 회고전, 대안매체로서의 디지털영화 만들기 ‘디지털 3인3색’ 등, 남도의 옛 도시 전주에 정성일씨들이 차려놓은 프로그램은 비타협적이면서 매력적인 데가 있었다. 학구적이고 계몽적인 냄새까지 풍기지만 부산과 부천에도 영화제가 이미 있는 마당에 그런 고집을 부려도 좋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제가 개성을 살려가며 착근하기까지 그 주역의 작업을 지켜보는 긴호흡이 전주에는 필요했다. 정성일ㆍ김소영 두 초대프로그래머가 전주영화제로 귀환하기를 바란다.

정담은 장장 5시간 동안 계속됐다. ‘1세대 영화광들이 본 21세기 영화의 초상’전에 여러분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