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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한끼줍쇼> 지속 가능한 재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기획이 떠올랐다 사라지곤 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방송의 트렌드는 끊임없이 명멸한다. 먹방이 떠올랐다가 여행이 테마가 되고, 예능 토크나 버스킹이 새로운 아이템이 된다. 라디오는 TV보다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제작비와 시공간에 구애를 덜 받기 때문에 상상력의 면적은 더 넓다. 하지만 라디오도 TV도 공히 가져야 할 기획의 기본 속성이 있다.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이경규와 강호동, 국민MC의 타이틀을 번갈아 가졌던 두 예능인이 힘을 합쳐 먹방에 나선다. 정확히는 한끼를 얻어먹기 위해 고행을 자처한다. JTBC의 <한끼줍쇼>는 이들이 밥을 얻어먹는 과정을 그린 예능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그날그날 정해진 동네를 헤맨다. 이들이 좌충우돌하며 자연스레 따라붙는 동네 탐방도 프로그램의 일부가 된다. 흔히 지나치던 놀이터의 아이도(아직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문화 충격일 수 있다), 아직은 개발의 칼날이 닿지 않은 좁디좁은 골목길도 골목 여행의 ‘정’을 대변한다. 거듭하는 자기소개와 나름의 사정을 담은 거절로 시간은 흘러가고, 밤이 늦어도 이들은 끼니를 줄 가정을 찾지 못한다.

망원동도 좋고, 오류동도 좋다. 지하철에서도 골목길에서도, 길을 물어보는 부동산과 편의점에서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운좋게 식탁에서 마주하게 되면 그 케미는 정점에 이른다. 생각해보면 이미 12화가 방송된 <한끼줍쇼>는 광맥을 제대로 잡은 것처럼 보인다. 검증된 두 MC와 한끼라는 인간 삶의 필수 요소의 조합은 지속 가능한 우연성에서 오는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