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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마지막에 대하여 - 언니네 이발관, 《홀로 있는 사람들》

언니네 이발관 5집을 2008년에 샀다. 출근 전, 사인이 들어간 한정판 음반을 사고는 아침부터 야근하는 밤까지 들었다. 무수히, 반복적으로, 수백번씩. 어떤 곡들은 ‘천’ 단위를 훌쩍 넘겼다.

언니네 이발관이 데뷔했을 무렵에는 고등학생이었고 힙합에 빠져 있었다. 세 번째인가, 네 번째 음반에 와서야 언니네 이발관의 전작을 듣고, 몇번의 공연을 보고- 지금 사라진 홍대 쌈지홀의 ‘월요병 콘서트’ 같은 것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 그들이 만들고 연주한 곡들은 내 20대의 노래가 되었다.

정규 6집 《홀로 있는 사람들》(2017)은 이석원이 곡을 쓰고 이능룡이 기타를 연주하며 전대정이 드럼을 연주하는, 우리가 아는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정규 음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도>와 <혼자 추는 춤> 같은 곡의 노랫말은 그래서 더 구슬프다. 앨범 제목과 같은 8번째 곡, <홀로 있는 사람들>은 이석원의 소개 글처럼 ‘세상이 바라던 사람이 아닌’ 자신과 ‘내가 바라지 않은’ 세상을 말한다. 여전히 가장 빼어난 기타 선율과 멜로디를 만드는 한국 록밴드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다. 단호하고 꼼꼼하며 섬세해 보이는 음악에 위안을 느낀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그는 알까.

요즘 나오는 취향 좋고 적당히 세련된 노래들을 접하면, 음악이란 때로는 더 나오지 않아도 괜찮지 싶다. 하지만 좋아하는 밴드의, 공백이 너무 길어 지쳤다는 표현도 넘어 망각할 즈음 나온 음반을 유유자적 30대가 흐르는 지금, 듣고 있다. 20대의 음악처럼 이 음반이 남을까 곱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