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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비밀의 숲>, 단단한 조합

살인사건 피의자를 신문하는 자리. 검사는 소파에 앉은 피의자 옆에 등받이 없는 보조의자를 끌어다놓는다. 말없이 시선을 떨어뜨린 검사의 눈치를 살피던 피의자는 엉거주춤 일어나 보조의자에 앉는다. ‘당신은 손님이 아닌 피의자로 내 방에 왔다’는 무언의 압박.

tvN <비밀의 숲>의 검사 황시목(조승우)은 어릴 때 뇌수술을 받고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된 인물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상대를 더 집요하게 관찰해 정보를 모은다. 걸핏하면 고성을 지르는 열혈 검사, 폭력 형사 캐릭터에서 과하게 분출하는 감정을 덜어낸 셈인데, 보는 쪽에선 비로소 사람이 생각이란 걸 하는구나 싶다. 배우에겐 침묵과 시선의 밀도로 캐릭터의 지능을 설득해내야 하는 과제가 생긴 셈이다.

목적이 있을 때만 말할 뿐 남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시목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저마다 다른 화법을 지닌 인물들을 만나 도드라지고 또 비교당한다. 외톨이 검사 시목과 사건에 얽히게 된 경위 한여진(배두나)은 똑같이 사람을 깊이 관찰해도, 상대의 심리를 읽고 체면을 차리도록 안전장치를 치고 대화를 유도하는 쪽이다.

앞서 시목이 신문하던 피의자는 결정적인 증거물이 나오면서 수감되었고 결백을 주장하며 목숨을 끊었다. 시목이 보조의자를 내밀던 장면에서 일종의 심리전만 짐작했는데, 여진이 조사한 새로운 사실이 더해지자, 수갑을 차고도 검사실 응접 테이블 소파에 앉았던 무고한 사람의 맥락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혼자 아무리 뛰어나도 대응할 수 없는 오류가 있고, 여기서 공조의 당위가 생긴다. 차가운 검사, 따뜻한 형사의 대비보다 더 단단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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