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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최고은 《Nomad Syndrome》, 소리꾼이 성장하는 법

최고은은 10대 때 판소리를 공부했다. 해외 인디 포크 느낌 사이로 때로 국악 창법이 묻어난 이유도 그래서다. 새 앨범 《Nomad Syndrome》은 그 뿌리를 더 전면으로 끌어냈다. 타이틀곡 <Highlander> 후반부엔 모던한 창법을 뒤로하고 창을 하는 최고은이 등장한다. 제목부터 한국적인 ‘가야’는 ‘보컬’보다는 ‘소리꾼’이란 말이 어울린다.

그렇다고 판소리를 그대로 가져오진 않았다. 지금 기준으로도 어색하지 않게 현대적으로 풀었다. 예를 들어 <Highlander> 판소리 부분은 공간계 이펙터를 입히고 더빙으로 레이어를 쌓아 환상적으로 연출했다. 전통국악엔 이런 레코딩 테크닉이 없다. 뿌리를 직시하되 머물지 않았다. 밴드 성격이 강해진 것도 변화다.

전작 《XXXY》가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에 집중해 심플함을 극대화했다면 신작은 드럼, 베이스, 바이올린이 적극 가세해 화려해졌다. 그저 사운드 덩치만 키우지 않은 수준급 연주도 들을 수 있다. 노이즈 텍스처와 솔로를 오가는 바이올린, 재즈와 록을 넘나드는 드럼과 피아노는 특히 인상적이다. 이런 밴드 지향을 감안해서인지 첫곡 <Anaspora>는 아예 연주곡이다.

컨셉, 작곡, 연주 등 모든 요소가 고루 뛰어난 앨범이다. 사운드 엔지니어링도 훌륭하다. 악기 울림과 잔향이 자연스럽고 따뜻하다. 애초에 마니아를 겨냥한 앨범이 아니라 널리 회자되진 못하고 있지만 완성도는 올해의 앨범 중 하나다. 최고은의 최고작 중 하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