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1987>을 모두 보고
주성철 2017-12-22

올해 한국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아쉬움을 토로하기가 무섭게, 12월 들어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등 화제작들이 한 주 차이로 개봉하고 있다.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많은 이들의 예측과 비평이 갈릴 정도로, 올해 연말처럼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두번의 명절과 여름으로 한정돼 있던 텐트폴 영화 시즌이 올해만은 예외다. 먼저 <강철비>는 양우석 감독의 새로운 면모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진보와 보수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사람이라 느낀 적 있다. <변호인> 인터뷰 당시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이나 관심 가는 인물로 전두환 정권 시절의 김재익 경제수석을 언급한 적 있다. 노무현과 김재익이 바로 한국의 80년대를 쌍둥이처럼 대표해서 보여주는 두 인물로서, 노무현이 2000년대를 향해 가던 한국 민주화의 얼굴이라면 김재익은 “전두환 대통령의 경제참모로 승승장구했고 미얀마 아웅산묘역 폭발사건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산업화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논란(?)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도 진정 그답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 1호를 북한에 보내주며 요구하는 그것에 대해, 보수와 진보를 떠나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가치를 취한다면 그 정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김용화 감독이라는 사람의 현재 안과 밖을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지난 1135호 인터뷰(김용화 감독 인터뷰, “이런 대규모 예산의 영화라면 감정을 끝까지 밀고가야 한다고 생각한다”)에서 그는 의외로 자신의 가족사를 많이 털어놓았다. “부모님이 두분 모두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는데, 그때 영화에서와 비슷한 상상을 한 적 있다”며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 했다. 어쩌면 <강철비>와 같은 논란(?)의 장면이 바로 그 장면일 텐데, 그 또한 김용화 감독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전작들 중 <오! 브라더스>(2003)의 형제(이범수이정재), <국가대표>(2009)의 어머니(이혜숙)가 이제야 결합했다는 느낌이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표현하고자 하는 기술 사이의 균형을 이제야 맞췄다고나 할까.

<1987>은 일단 장준환 감독의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반가웠다. 물론 그 장르적 유연성이 반가웠다는 것이지 언제나 성장영화를 만들어온 그의 핵심 테마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구를 지켜라!>(2003)의 병구(신하균),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의 화이(여진구)로 이어지는 장준환의 아이들은 언제나 고립된 채 살아왔다. 그렇게 혹독하게 성장하던 아이가 <1987>에서는 여성 연희(김태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전편의 ‘화이’ 여진구가 <1987>에 어떻게 등장하는지, 더 멀리 장준환 감독의 단편 <2001 이매진>(1994)에서 그런 아이를 연기했던 배우 박희순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감상하는 것도 꽤 의미심장한 재미였다. 그처럼 개인적으로는 세편 모두 즐기며 봤다. 그래서 세편에 대한 흥행 예측을 해보라는 누군가의 질문이 가장 난감하고 또 진정 모르겠다. 어쨌거나 세편 모두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의 본질과 진심이 짙게 배어든 영화라는 점에서 반갑고 흥미로웠다, 는 말로 대신하고 넘어가야겠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