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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내 수첩에 ‘저장’할 라이징스타
주성철 2018-01-19

“죽이기 아까운 눈빛을 하고 있구나.” <봉이 김선달>(2016)에서 사기꾼 김선달(유승호) 대신 견이(시우민)가 죽게 되는데, 그를 죽이는 절대 권력자 성대련(조재현)이 그의 얼굴을 보고 그렇게 말한다. ‘엑소’ 시우민의 영화 데뷔작인 데다, 그 대사가 실제 시우민의 눈빛을 예리하게 묘사하는 것이기도 해서, 다음에 다른 영화에 출연한 시우민에 대해 쓰게 되면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그 대사를 메모해뒀다. 그런데 <봉이 김선달>에서 사기꾼 패의 막내를 꽤 귀엽게 잘 소화해낸 시우민의 차기작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안타깝다. 그래서 그냥 이 글에 써먹게 됐다.

오래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의 유아인을 보면서도 ‘언젠가 꼭 글을 쓰게 될 신인’이라는 생각에, 영화에서 그가 마지막에 꼬마로부터 받아든 질문 “훌륭한 소년이 될 거예요?”라는 대사를 메모해뒀다. 그 대사를 인용할 일이 없던 차에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에서 우연히 케이크숍의 주방보조 겸 견습생으로 출연한 유아인을 보게 됐다. 영화에서 주방보조로 들어오기 전 최연소동양웰터급 챔피언이기도 했던 그는, 링 위에서 상대 선수에게 더없이 가혹했다 하여 ‘냉혈 꽃사슴’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 또한 그의 이미지와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에 메모해뒀다.

물론 활동이 뜸했던 배우들의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다. 가령 지금은 이경영과 함께 거의 모든 한국영화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김의성 배우만 해도 몇년 전엔 그렇지 않았다. 출연 편수와 촬영 분량 모두가 많은 지금과 달랐다. 그러다 <빅매치>(2014)에서 꽤 비중 있게 나온 그를 보고, 언젠가 뭔가 글을 쓰게 될 일이 있을 거란 생각에 또 메모를 한 게 있다. 언제나 뒷북만 치고 다니는 도 형사를 연기한 배우 김의성을 보고는, 영화에서 그와 싸우던 배우 라미란이 “생긴 건 얼빠진 자라같이 생겨가지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정말 그 장면에서만큼은 비유가 너무 절묘했다. 역시 다음에 써먹으려고 수첩에 ‘라미란이 김의성 보고 얼빠진 자라 같은 얼굴’이라고 메모해뒀는데 역시 이 글에 써먹게 됐다.

검색해도 나오는 것 아니냐, 무슨 그런 유난을 떠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인배우를 대하는 마음가짐 정도로 봐주면 될 것 같다. 이번호 특집이 바로 김재영·김준한·박규영·성유빈·위하준·이선빈·이유진·이주영·전소니·최리 등 총10명의 신인배우와 만난 ‘2018 라이징 스타’다. <악질경찰> <창궐> <독전>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곤지암> <허스토리>(가제) 등 올해 주목할 만한 화제작들에서 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씨네21>의 레이더에 포착된 몇명의 배우들이 더 있지만, 아직 공개를 꺼리는 영화들이 있어 10명에서 멈췄음을 밝혀둔다. 아무튼 올해 처음 만나게 될 이 배우들의 영화를 보면서 나는 과연 어떤 것들을 메모하게 될지 은근한 기대를 가져본다. 영화 속 그들이 내 손으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좋은 내용들을 메모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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