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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밤도깨비> 송은이 사단의 승리

JTBC <밤도깨비>에 등장한 개그맨 송은이는 웃고 있었지만 왠지 비장해 보였다. 남성 리얼 버라이어티가 한국 예능을 휩쓴 지난 수년간, 즉 자신을 비롯한 여성 예능인들이 자리를 잃고 팟캐스트라는 세계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던 동안 승승장구했던 후배 이수근, 정형돈과 마주 앉은 그는 ‘남성팀’과 ‘여성팀’이 방송 분량을 기준으로 대결한다는 기획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송은이는 예능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누군가가 소외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흐름을 살피고, 허공에 흩어질 뻔한 멘트도 리액션으로 살려내며, 다른 출연자의 캐릭터나 장점을 발굴해 아이템을 패스한다. ‘먹방’에서 활약 중인 김민경에게 갈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주목받을 기회를 준 것도, <무한도전>에서 안영미가 “셀럽파이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임신밖에 없다”며 모두를 당황시켰을 때 침착하게 “여성가족부에서 좋아할 멘트죠”라고 정리한 것도 이 25년차 베테랑 예능인의 센스다. 그리고 평소 밤 10시면 잠자리에 든다던 그는, <밤도깨비>에서 ‘분량’을 뽑아야 한다며 늦은 새벽까지 멤버들을 붙잡아 춤을 추고 게임을 하고 토크를 했다. 피곤하니 몰래 도망가자던 김숙조차 송은이의 솔선수범에 말려들어 엄청나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결국 ‘송은이 사단’은 분량 전쟁에서 두번 연속 승리를 거두며 오랫동안 여성들을 자연스럽게 배제시켜온 리얼 버라이어티의 관성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확인시켰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남성 예능 프로그램들이, 송은이가 이끄는 여성 예능인들을 일회성 게스트로 초대해 반짝 소생을 시도할 때마다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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