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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왕가위와 존 포드, 루키노 비스콘티, 영화 책 특집에 부쳐
주성철 2018-05-04

영화의 흔적을 좇아 홍콩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골드핀치 레스토랑이다. <화양연화>(2000)에서 냇 킹 콜의 <Quizas, Quizas, Quizas>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차우(양조위)와 수리첸(장만옥)이 종종 함께 식사하던 곳이었고, <2046>(2004)에서는 소설가 차우(양조위)가 담배를 피워대며 미래도시 2046에 대한 소설을 쓰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감독 데뷔 전의 왕가위가 각본을 썼던 담가명 감독의 <최후승리>(1987)에 먼저 등장했다. 당시의 왕가위가 멘토로 생각했던 담가명 감독, 그리고 그를 통해 만나게 된 장숙평 미술감독과 함께 이곳에서 대화를 나누며 ‘왕가위 월드’가 시작됐다.

씨네21북스에서 출간한, 왕가위와 존 파워스가 함께 쓴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에는 왕가위의 데뷔전 이야기부터 <일대종사>(2012)에 이르기까지 이제껏 알지 못했던 그의 내밀한 이야기가 황홀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영화 스틸과 촬영현장 사진만으로도 단연 ‘소장각’이다. 또 어떤 이들은 옮긴 이 성문영에 눈길이 멈출지도 모른다. 오래전 음악잡지 <핫 뮤직> 기자와 <서브> 편집장을 거친, 그리고 <키노>에 음악 원고를 고정 연재했던 그의 번역이 인터뷰의 디테일을 정말 훌륭하게 살려냈다. 아무튼, 이번호는 영화 책 특집이다. 보통 책 특집은 가을에 하게 마련인데,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외에도 번역되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던 태그 갤러거의 <존 포드>, 제프리 노웰 스미스의 <루키노 비스콘티: 역사와 개인의 변증법> 등 빨리 소개하지 않으면 안 될 책들이 꽤 많았다. 앙드레 바쟁 100주년 특별기획 원고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개인적으로 번역되어 나오길 기대하는 또 다른 책들도 더해본다. 먼저 세르지오 레오네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이자 저명한 문화평론가이며, 레오네 작품들의 DVD/블루레이에 음성해설을 한 크리스토퍼 프레일링이 쓴 <Sergio Leone: Something To Do With Death>가 있다. 그가 초기 007 시리즈의 세트를 디자인했던, 영화 미술감독으로는 최초로 2003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켄 애덤에 대해 쓴 책도 마찬가지다. 레오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면 <카이에 뒤 시네마>의 ‘작가들’(Auteurs) 시리즈의 하나로 프랑스 영화학자 노엘 심솔로가 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있다. 1990년에 출간됐기에 그 이후 영화들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그때까지 그가 출연하고 연출한 모든 작품에 대해 꼼꼼하게 해설하고 있다. 꽤 많은 책을 낸 두 사람의 책이 국내에 아직 한권도 번역, 출간되지 않은 건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끝으로, 취재기자 모집 공고 이후 김소미 기자가 취재팀에 새로 합류하게 됐음도 알려드린다. 독립영화잡지 <아노> 편집부 에디터로 있었고, <꿈의 제인> 각본에도 참여했으며, 그를 모 극장 큐레이터로 만난 분도 계실 것이다. 앞으로의 활약을 지켜봐주시길. 한편, 이번호 ‘포커스’ 정기훈 감독 미투(#MeToo) 기사를 시작으로 <씨네21>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향후 꾸준히 협력하기로 했다. <씨네21>에 제보한 피해자는 필요 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에서 상담 및 법적·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든든에서 상담받은 피해자가 공론화를 원할 경우, 협의 후 <씨네21>에서 기사화할 수 있다. #with_you <씨네21>과 든든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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