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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환경을 생각합니다
주성철 2018-07-13

2007년 4회 서울환경영화제(이하 환경영화제)에서 ‘그린코드’(Greencode)가 제작한 오프닝 클립을 선보인 적 있다. 그린코드란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아델라이드영화제 등을 거쳐 2007년 토론토의 핫 독스(Hot Docs) 페스티벌에서 정식 출범한, 영화제작에 있어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나아가 영화제작 자체의 탄소 제로를 지향하는 비영리 국제단체다.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불필요한 활동을 줄이고 필름 같은 전자 쓰레기를 제대로 처분하자는, 영화계의 환경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 클립에는 무언가 촬영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서너명이 등장하는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은 테이프를 갈아끼우기 위해 여분의 테이프 비닐을 벗기더니 그냥 바닥에 버리고, 다 쓴 건전지도 마찬가지로 그냥 던져버렸다. 멋진 장면을 촬영할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꽃과 식물을 마구 밟기도 했다. 그처럼 영화인들은 ‘비주얼’을 위해 거리낌 없이 반환경적 행동을 일삼았다.

짧은 영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영화 촬영 시 발생하는 쓰레기, 그리고 인력이 취사할 때 발생하는 탄소는 여느 산업의 환경저해요소 못지않다. 말하자면 영화산업 자체가 반환경적 산업이다. 촬영 스탭들이 세트나 여러 물자를 그대로 방치하고 떠나서 생기는 문제들도 많다. 해변에 모래성을 짓거나 개울가에 두꺼비집을 지어놓고 그냥 가버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는 할리우드 영화팀들의 비윤리적인 환경파괴 행위가 빈번했다. 특히 잠비아의 남루앙와 국립공원에서는 단순한 환경파괴 행위를 넘어 죽은 동물을 미끼로 더 큰 동물을 유인하는 장면을 촬영해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세계야생동물기금과의 협조를 통해 ‘모든 영화제작자가 공원 입출입 시 신고’해야 하고, ‘촬영 내용에 대해 지역 스탭과 지역에서 일하는 다른 가이드와의 인터뷰를 포함하여 기간 내에 반드시 현장 확인을 거쳐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윤리조항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에는 여전히 규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 많다.

기본적으로 로케이션 촬영 자체가 문제다. 곧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비롯해 ‘007 시리즈’와 ‘본 시리즈’ 등은 물론, 한국에서도 촬영한 마블의 슈퍼히어로영화들처럼 다채로운 로케이션은 더이상 자랑이 아니다. 촬영 국가가 늘어날수록 환경파괴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해외 로케이션을 할 때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탄소, 영화촬영장으로 향하는 각종 배우와 스탭들의 자동차 배기가스, 현장에서 즉석으로 차려지는 물품 준비소의 각종 일회용품과 음식들, 그리고 촬영을 위해 훼손되는 주변 환경 등 이미 지구는 영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와 방송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항공기 제작이나 의류, 반도체 생산을 합친 산업부문이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호 특집은 환경부가 주최하고 <씨네21>이 주관하는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공모전’에서 선발된 세편의 단편영화 촬영현장 방문기이다. 김지영 감독의 <벌레>는 산소마스크 없이 살 수 없으며 벌레를 먹으면서 연명해야 하는 어떤 미래의 풍경을, 송현석 감독의 <식물인간>은 식물과 소통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이옥섭 감독의 <겨울이와 황사마스크>는 기르던 개에게 연인이 황사마스크를 씌워주지 않아 갈등을 겪는 인물과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주관 매체로서 심사에 참여하고 촬영장을 방문하며 기자들이 느낀 것도 많다. 영화계가 단순히 ‘노동’의 문제를 넘어 보다 인식의 지평을 넓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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