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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김비서가 왜 그럴까> 로코 혹은 블랙코미디

굉장한 나르시시스트인 부회장 이영준(박서준)과 까다로운 상사인 그를 9년간 보필해온 비서 김미소(박민영) 사이에 로맨스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건 김 비서가 사직 의사를 밝힌 다음부터다. 원작 소설과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로맨스 장르의 익숙한 설정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설정과 목적이 연애로 귀결되는 이야기의 내부에서 과정 하나하나를 재점검하는 점이 눈에 띈다. ‘썸’을 청산하고 연애하자고 고백하는 이영준과 김미소 사이에 달콤한 음악이 흐르던 7회. 김미소는 사무적인 웃음으로 응대하는 ‘김 비서’의 표정으로 말한다. “질투와 승부욕에 사로잡혀 몰아붙이듯이 내뱉는 말로 연애를 시작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 이런 상황, 별로예요.” 남자의 질투와 승부욕을 당연한 사랑의 촉매로 삼았던 그간의 이야기들 앞에서 당신의 감정과 나의 승인은 별개라고 선을 긋는 장면이다.

한편 로맨스 장르가 극 바깥에 미치는 영향에 눈을 돌릴 기회도 있었다.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김미소는 ‘철두철미한 워커홀릭’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배우가 모델로 있는 화장품 회사는 ‘부회장님의 시선을 강탈하는 출근 광채’ 따위의 포털 사이트 광고 문구로 비서 노동을 폄하한다. 정색할 때도 웃음과 화장을 사회적인 갑옷으로 둘러야 했던 김미소의 빈틈없는 메이크업은 ‘부회장님의 키스를 부르는 메이크업’으로 홍보된다. 극 바깥은 블랙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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