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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추석에 <보디가드>와 <탑건>을 다시 보며
주성철 2018-09-28

“난 한때 그대의 보디가드였습니다. 이제 하늘로 가는 길에는 천사들이 보디가드가 되어줄 것입니다.” 지난주 에디토리얼을 쓰면서 레너드 번스타인 100주년 기념으로 오랜만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를 보겠노라 했었는데, 느닷없는 향수가 일어 최근 재개봉한 <보디가드>(1992)와 <탑건>(1987)을 보았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이제는 고인이 된 두 사람, <보디가드>의 배우 휘트니 휴스턴(1963~2012)과 <탑건>의 감독 토니 스콧(1944~2012)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휘트니 휴스턴의 장례식장에는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가 유족들의 요청으로 참석해 위와 같은 감동적인 추모사를 들려주었다. 촬영 당시 불화설이 돌기도 했지만, <보디가드>는 제작자이기도 했던 케빈 코스트너가 당대 팝의 여왕이었던 그녀의 콘서트 일정까지 감안하여 촬영을 무려 1년이나 기다려준 영화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연출과 주연을 겸한 <늑대와 춤을>(1990)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총 7개의 트로피를 가져갈 정도로 승승장구할 때였으니 그 기다림은 거의 초인적인 일이었다.

<탑건>은 톰 크루즈의 리즈 시절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당시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항공모함과 실제 전투기가 동원되어 촬영된 아날로그 비행 신이 지금 봐도 놀랍게 다가온다. 사실 당시로서는 레이건 행정부의 전형적인 ‘국뽕’ 영화라고 할 수 있겠으나 토니 스콧 감독 특유의 사실적이고도 박력 넘치는 연출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해군에서 직접 F-14비행훈련을 받았던 톰 크루즈는 그 과정에서 비행기 조종에 매료되어 촬영 직후 실제 조종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이르러 미숙하게나마 단시일 내에 헬리콥터 조종이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이때부터 습득한 조종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 위로 흐르는 사운드트랙 <Take My Breath Away> 또한 <보디가드>의 <I Will Always Love You>만큼이나 그 시대를 추억하게 하는 음악이다. 왕걸의 노래가 흘러나왔던 왕가위의 <열혈남아>(1988)의 옛날 한국 개봉버전(대만판)이 아니라, 세월이 흘러 접했던 홍콩판에서 유덕화장만옥의 뒤로 <Take My Breath Away>가 들려올 때의 당혹스러움까지 한꺼번에 떠올랐다.

기억해야 할 이름은 하나 더 있다. 곡예 비행사이며 공중 카메라맨으로서 <탑건>의 비행 스턴트를 맡았던 아트 숄이다. 그는 거의 모든 비행 전투 장면을 실제로 촬영한 <탑건>에서 전투기의 꽁무니까지 쫓아가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제 특수효과로만 촬영하는 비행 전투 장면들을 떠올려볼 때, 저 정도의 근접 촬영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위험천만한 촬영을 도맡았다. 하지만 망망대해 위에서 공중전을 촬영하기 위해 비행기 각도를 조정하던 아트 숄은 마지막 무전을 뒤로한 채 태평양 한가운데로 떨어졌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그를 위한 헌정 자막이 뜬다. 존 바담의 <블루 썬더>(1983), 필립 카우프먼의 <필사의 도전>(1983), 시드니 J. 퓨리의 <아이언 이글> 등은 물론 TV시리즈 <A특공대> <맥가이버> <V>에도 참여했던 그는 전무후무한 스턴트 파일럿이었다. <씨네21>에서는 과거 개봉작이 재개봉한다고 하여 따로 리뷰나 별점으로 다루지 않기에 모처럼 추억여행에 젖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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