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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판벌려2> 웃긴 여자들의 세계

여성에게 허용되는 웃음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2>를 보며 생각한 적이 있다. 서열화, 무식배틀, 면박주기, 윽박지르기 등의 패턴으로 웃음을 만들었던 남성 리얼 버라이어티와 달리 절박한 상황에서 서로를 아끼며 열심히 방송을 준비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시청률을 떠나) ‘여성 예능’의 모범처럼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VLIVE 앱에서 볼 수 있는 웹 예능 <판벌려2>는 두 세계의 사이에 있다. 컴백을 앞둔 ‘셀럽파이브’는 주장 김신영의 주장에 따라 걸그룹처럼 합숙하며, 휴대폰을 반납하고, 연애를 금지당하며, 식단을 제한당한다. 우리 사회에서 ‘걸그룹’의 이미지가 얼마나 인권침해적인 규범 위에서 만들어졌는지 풍자하려는 의도라면 좋았겠지만 그건 알 수 없고, 지금까지 <판벌려2>에서 웃음의 원천은 어처구니없는 룰에 반발하는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와 쓸데없이 호되게 기강을 잡으려는 김신영의 캐릭터에 있다. 휴대폰 없이 한나절을 보내느라 지루해 몸부림치는 안영미에게 공감해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마침내 설움이 폭발한 그가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상황에서는 웃고 있어도 머릿속에 빨간불이 켜진다. 여기서, 웃어도 될까? 여성 예능인데 너무 폭력적인가? 남성 예능에선 더한 것도 하던데? ‘여성 예능’은 남성 예능과 달라야만 할까? 그것은 가능한 방향일까? 속 편히 웃을 수 없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지만 일단 이 여자들이 어디까지 가는지 따라가볼 셈이다. 다들 잘되길 기도하는 송은이 어머님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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