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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최고의 이혼> 불안과 부부

“그날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남인 채로 살았을 텐데.” 옛 연인을 만난 남자가 자신의 결혼에 관해 떠벌리는 중이다. 사랑 없이 그냥저냥 물 흐르듯 같이 있다가 한 결혼이란다.

KBS <최고의 이혼>은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된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남편 역의 대사는 같지만 ‘그런 일’은 양국이 다르다. 원작은 2012년 동일본 대지진 때, 걸어서 귀가하는 행렬 속에서 아는 얼굴을 만났던 것이 관계의 시발점이었다. 이들이 그나마 재난 속에서 불안감과 안도감을 함께 느꼈던 사이라면, 한국판의 인연은 사설보안업체 직원인 조석무(차태현)가 주거침입을 겪고 바들바들 떠는 강휘루(배두나)를 위로하며 시작된다. 불안감과 안도감은 휘루만 경험했을 감정이었다.

“당신은 아마 평생 모를 거야. 그만할래. 이제 당신 필요 없어.” 이혼서류를 내놓고 소파에 앉아 찐 고구마를 까먹던 휘루가 말한다. 같은 대사를 말하는 원작의 아내가 남편을 등진 채로 주방에 서서 물을 마시고 프레임 바깥으로 빠지는 것과 달리 한국판에선 휘루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찬다. 원작이 말하는 쪽의 표정을 감춰서 집중시킨다면, 시작점이 달라진 한국판에서 배두나는 결혼 이후의 시간을 자신의 얼굴 안에 압축시키는 굉장한 힘이 있다. 늘 자신에 관해 말하는 남자와 살다가 지쳐 나가떨어진 휘루의 표정. 인내와 기대가 썰물처럼 빠진 담담한 얼굴에 후련함이 밀물처럼 차오른다. 할 말이 많은 드라마지만, 배두나의 얼굴이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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