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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죽어도 좋아>, 직장, 다닐 만하세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팩트만 정리해보면, 회식이 끝나면 백 팀장이 죽는다. 그리고 하루가 반복된다.” 치킨회사 마케팅팀 대리 이루다(백진희)는 11월 7일 수요일이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갇혔다. 팀장 백진상(강지환)의 다양한 사망 엔딩을 분석한 루다는 기묘한 인과를 알아낸다.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가 ‘죽어버려!’라고 저주하면 백진상은 진짜 죽는다.

원작 웹툰 <죽어도 좋아♡>의 백진상은 제레미 아이언스를 닮은 미중년이다. 장점은 그것뿐. 지독하게 낡은 여성관으로 폭언을 일삼던 만년과장은 드라마에선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원에게 인격모독을 가하는 팀장이 되었다. 오늘만 사는 심정으로 팀장의 멱살을 잡고 치받았다가 예상치 못한 내일을 맞이한 루다는 이후, 타임루프의 성립과 해제 조건을 분석하며 직장생활의 엉킨 매듭을 풀어간다. 이대로 하루를 넘겼다간 다음날이 곤란하겠다 싶으면 게임 리셋 버튼을 누르듯 외치기도 한다. “백진상 죽어!”

‘오피스 공감물’로 묶이는 일련의 웹드라마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여초 직업군의 업계용어를 대사에 섞고, 문제 있는 직장상사와 얄미운 동료를 관찰하는 주인공 시점의 일인칭 내레이션으로 축소된 공감이 반복되다보니 그것도 진저리가 났다. 미운 상사를 골탕 먹이는 ‘사이다’ 드라마 같은 쾌감이 있지만, 적어도 루다의 탐구는 동료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회사 조직의 문제로 시야를 넓혀가는 방향으로 향한다. 내일은 그렇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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